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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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을 위해 새벽과 공휴일 근무를 거부한 ‘워킹맘’의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판례가 만들어지면서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이 한층 두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최근 도로관리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는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본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근직 근로자로 일했다. 원고는 2017년 4월 고속도로 관리용역을 낙찰받으면서 종전 업체의 고용을 승계했고, 8년 9개월 동안 사무직으로 일해온 A씨와도 3개월 수습기간 후 본채용을 결정하는 시용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회사가 바뀌기 전까지 출산과 양육을 이유로 교대제 근로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는 초번 근무를 면제받았다. 공휴일에는 연차 휴가를 썼다. 새 회사는 A씨에게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지시했고, 이를 거부하자 평가 점수를 낮게 매겨 본채용 거부 통보를 했다. 이후 A씨의 구제 신청을 받은 중노위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해 재심 판정을 내렸다. 회사는 다시 소송으로 맞섰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에서 판결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육아기(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시간 조정 등의 배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고는 A씨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수년간 지속된 근무형태를 갑자기 바꾼 건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업이 육아기 근로자 자녀의 양육을 지원할 책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그 판단기준을 마련한 첫 판결”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