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법안 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쳇바퀴…탄핵안으로도 시간 허비
쌍특검·국조로 정쟁 장기화 불보듯…2년 연속 정기국회내 처리 실패
24일 넘기면 선진화법 이후 '최장 지각' 경신…"국회, 민생 얘기할 자격 없어"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여야 '치킨게임'에 예산 처리 못하고 종료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8일 여야의 극한 정쟁 속에 막을 내렸다.

당리당략에 빠져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폭주하자 여야는 이날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밀린 민생법안들을 밀어내기식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도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긴 것은 물론, 결국 정기국회 회기 안에도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민생과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예산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오롯이 정치적 이해만을 앞세운 여야의 끝 모를 대치 탓이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구개발(R&D) 예산, 지역화폐 예산 등 예산안 내용을 두고 대립각을 좁히지 못했고, 쟁점 법안과 탄핵소추안 등의 처리를 두고 출구 없는 대립과 충돌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강행 처리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했다.

앞서 양곡관리법, 간호법 때 벌어진 '거부권 정국'이 정기국회 마지막에 되풀이된 것이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을 둘러싸고도 여야는 서로를 향한 비난전에 집중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멈춰서는 등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여야는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로 이뤄진 '2+2 협의체' 등을 띄우며 머리를 맞대는 시늉을 했으나 아직 처리가 감감무소식인 민생법안은 수두룩하다.

대규모 전세 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 예고와 공공장소 흉기 소지를 처벌하는 형법·폭력행위 처벌법 개정안,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설치를 규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등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초라한 법안 처리 성적표에 21대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은 국민 삶을 걱정하며 협상을 이뤄가는 '정치'는 실종되고 극단으로 치우친 진영 대결 속 '정쟁'만 남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여야 '치킨게임'에 예산 처리 못하고 종료
그러나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도 '네 탓 공방'만 벌였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노란봉투법·방송법 처리를 비난하며 "총선을 앞두고 좌편향 노조와 시민단체의 표를 얻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려 끝내 재의요구권 행사 상황까지 만든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말도 안 되는 법제사법위원장의 파업 행태로 모든 민생법안이 가로막혔다"며 "야당이 법안을 발목 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여당이 파업을 통해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민생법안 처리 미흡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 탓,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법사위원장 탓을 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는 오는 11일 곧바로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안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산안은 20일까지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쌍특검'과 '3국조'를 처리할 방침이다.

'쌍특검'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등 2개의 특별검사 법안이고 '3국조'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 등 국정조사 3건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새로 지명된 장관 후보 6명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여야는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쌍특검 등의 강행 처리에 거부권 행사가 재연되는 등 정쟁과 공방이 이어지면 예산안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여야 '치킨게임'에 예산 처리 못하고 종료
작년에는 예산안이 12월 24일 처리돼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올해는 예산안이 이보다 더 늦게 처리돼 최장 지각 기록을 경신하며 21대 국회가 최악의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 않고 중도층을 끌기 위해 예산을 빨리 처리해야 정상인데 반대로 가고 있다"며 "국회가 민생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국회는 두 정당이 무한 정쟁을 벌이며 각 당 이익을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구조로 돼 있다"며 "민생만 생각하면 예산보다 절박한 게 없지만, 정략과 정쟁에는 포함되지 않아 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