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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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비싼 호텔에서 뷔페 먹는 게 '연례행사'였는데…이번엔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20대 직장인 홍모 씨는 "연말에 돈 나갈 데가 많은데, 내년 연초 여행 일정도 예정돼 있어서 연말엔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씨는 "얼마 전 소비 내역을 보는데 외식비 지출이 전달보다 1.5배는 넘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올해는 소박하게 집에서 홈파티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외식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연말 맞이 고가의 외식을 꺼리는 직장인들이 눈에 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은 전월보다 오히려 커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 가운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비싼 식당에 가는 것보다 홈파티가 낫겠다"는 말도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연말 맞이 '호텔 뷔페' 관심 줄었다…"돈 아끼고 홈파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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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을 30개월 연속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도 4.8%로 전월(4.8%)과 같았으나,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고려하면 10월 4.77%에서 지난달 4.83%로 소폭 높아졌다. 이로써 외식 물가 상승률도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둔화세가 지속되다가 지난달 제동이 걸렸다.

물가 오름세 속 연말 등 특별한 날에 수요가 몰리는 호텔 뷔페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지난 6일까지 온라인상 '호텔 뷔페'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0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홈파티에 대한 긍정 비율이 91%를 차지했으며, 관련 다수 언급된 키워드로는 '저렴한 가격', '가격 즐긴다', '반값', '추천한다' 등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주요 호텔 뷔페식당의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신라호텔 더 파크뷰는 이달 주말·공휴일 성인 1인 저녁 뷔페 가격을 18만5000원에서 최고 21만5000원으로 16.2% 올린다. 조선팰리스 뷔페 콘스탄스는 주말 디너 성인 가격이 18만5000원이었으나 이달 23~25일, 30~31일은 런치·디너가 모두 21만5000원으로 오른다. 롯데호텔 라세느 뷔페도 성탄과 연말을 맞아 디너 성인 가격이 20만원 선을 넘긴다.

직장인 박모 씨(31)는 "작년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뷔페를 다녀올까 했으나 올해는 연휴도 길어서 돈이 더 나갈 것 같아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29)도 "홈파티는 집에서 이미 있는 재료로도 할 수 있어 괜찮은 케이크만 사고 밀키트 같은 것들로 요리해 먹으려 했다"며 "호텔 뷔페는 너무 비싸서 집에서 최대한 호텔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검색량도 감소세…"불경기에 소비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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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 외식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도 지난해 연말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닷컴이 아하데이터랩에 의뢰해 받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자로 등록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4500개의 검색량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달 사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검색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해당 검색량은 올해 1월과 2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2%, 16.7%로 뛰는 등 상반기까지만 해도 꾸준히 증가했으나, 하반기 들어서 다소 정체하더니 지난 10월과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9%, -8.5%로 검색량이 감소했다.

아하데이터랩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 검색량은 계절과 월에 따라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휴가가 있는 7월과 8월, 연말인 12월과 가정의달 5월 등에는 외식 프랜차이즈 검색량이 기타 월에 비해 높다"면서도 "그런데 현재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을 보면, 조사 대상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매월 증가했음에도 전체 검색량이 감소했다. 불경기도 인해 외식 소비가 위축됐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만 해도 '체험 소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호텔 뷔페 등 특별한 날 고가의 외식 수요가 몰렸다면, 물가 상승세가 지속돼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더 늘어난 상황"이라며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외식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은 (경제적으로)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한 날에 비싼 것을 먹겠다' 이런 호사도 누리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