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이건 예상 못했다…남자들 변심에 50조 날아간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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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의 18년 전 선택
'1조원짜리 영수증'으로 돌아오다
'1조원짜리 영수증'으로 돌아오다
![사진=REUTER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ZA.35251273.1.jpg)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P&G는 이날 공시를 통해 질레트에 관한 비현금성 상각 비용으로 13억달러를 인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구조 조정의 일환이다.
P&G 관계자는 "질레트를 인수하면서 인식했던 영업권 가치가 줄어들면서 13억달러의 비용을 인식하게 됐다"며 "강달러 현상과 구조 조정의 여파로 영업권 가치가 줄었다"고 해명했다.
영업권은 M&A 과정에서 붙은 웃돈으로, 인수 대금에서 인수 대상 기업의 순자산 가치를 뺀 금액이다. 손상 비용은 P&G의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2024년 6월과 2025년 6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인식되며, 올해 9~12월 분기별 재무제표에 비용을 처음 반영할 계획이다.
당초 P&G는 2005년 질레트를 인수하면서 540억달러를 지불했다. 여성용품에 주력하고 있는 P&G가 남성 면도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질레트를 인수하자 '세기의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당시 "꿈의 거래"라고 호평했다. 18년 전 540억달러였던 질레트의 기업가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41억달러로 감소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D.25672184.1.jpg)
질레트도 뒤늦게 구독 서비스와 보급형 면도날 제품을 선보였지만, 되레 질레트가 보유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만 훼손됐다는 평가다.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자 P&G는 2019년에 처음으로 질레트의 기업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80억달러 상당의 상각 비용을 인식했다.
질레트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P&G의 남성용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64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 감소한 14억 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인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드레 숄튼 P&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모건스탠리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중국 시장에서 P&G 매출 회복세는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시장이 회복하지 않으면 매출은 쉽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G가 질레트 기업가치를 상각하겠다는 소식이 퍼지자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P&G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3달러(3.49%) 하락한 146.76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선 3.2% 하락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