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두 회사는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구축 중이다. 파운드리 공장을 중심으로 여러기업과 규합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고객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1년 빠른 내년 하반기에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여기에 테슬라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그로크 등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TSMC도 반격에 나섰다. 애플, 앰코테크놀로지와의 ‘반도체 생태계 연합’을 구체화한다. 이 같은 연합 체계는 미국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패키징 업체인 앰코는 지난달 30일 미국 애리조나 TSMC 공장 부근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패키징은 여러 칩을 연결하거나 개별 칩을 높게 쌓는 등의 공정을 뜻한다.

앰코 관계자는 “인근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애플 칩을 받아 새로 짓는 공장에서 패키징할 것”이라며 “애플은 이 공장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2025년까지 애리조나 피닉스에 40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애플이 설계한 칩을 TSMC가 생산하고, 앰코가 그 칩을 패키징하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에 ‘애플(설계)-TSMC(파운드리)-앰코(패키징)’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TSMC 파운드리 공장과 앰코 패키징 공장이 들어설 애리조나는 인텔과 ASML,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반도체 업체들이 모여 있다.
TSMC가 지난 7월 30일 대만에서 개소한 글로벌 R&D센터. /한경DB
TSMC가 지난 7월 30일 대만에서 개소한 글로벌 R&D센터. /한경DB
TSMC는 앰코와 손잡으면서 미국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패키징을 동시에 하는 TSMC가 앰코와 분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TSMC는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 인력 확보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SMC·앰코의 동맹이 삼성전자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1000억원)를 들여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칩을 양산할 예정이다. TSMC 애리조나 공장과 치열한 파운드리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TSMC·앰코의 동맹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TSMC·앰코에 대응해 테일러 공장에 패키징 설비를 구축할지도 관심사다. 이 회사는 작년 말 AVP(첨단패키징)팀을 신설한 데 이어 2.5D(2.5차원)·3D(3차원) 패키징 기술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메모리 공급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GDP(GAA·DRAM·PACKAGING)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이 GDP 전략의 전초기지로 TSMC·앰코 동맹에 대응할지 관심을 끈다.

앰코의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설비투자비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앰코는 미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520억달러 규모)을 요청할 계획이다. 진 이리사리 삼성전자 미국법인 부사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500개 업체가 칩스법 보조금을 신청했다”며 “그 많은 회사들과 보조금을 나누는 만큼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