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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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6월께 첫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3분기 중에 두 번 인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주가는 한두달 정도 주가가 하락하겠지만, 이후에는 가파른 기울기로 상승할 걸로 봅니다. 그 때가 기회입니다.”

5일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내년 연간으로는 주가지수가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지만,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올해보다 더 좋게 볼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하나증권은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로 2200~2600을 제시했다. 밴드 상단이 1일 현재(2505.01)와 비교해 100포인트도 남지 않았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된 뒤 주가가 조정을 받은 뒤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기에, 지수 상단이 보수적이다.

황 센터장은 “보통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1~2개월 정도 주가지수가 10% 이상 하락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에는 경기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직후를 제외하면 내년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황 센터장은 “악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까지도 주가는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반기의 기업들의 신용 위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저금리 시절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미국은 2026년까지 늘어나고, 한국은 내년이 제일 크다”며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를 ‘회식 코뿔소’에 비유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는 위험이라는 뜻이다.

기업 신용 위험이 불거지지 않는다면 경기가 아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황 센터장은 내다봤다. 우선 미국에서는 소비가 크게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황 센터장은 “지금 나오는 지표들을 보면 소비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아직까지 고용은 괜찮은 편”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면서 어느정도는 소비할 여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수출 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7.8% 늘어난 558억달러로, 10월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두달째 성장 기조를 이어갔다.

수출 회복에 따라 환율도 완만하게 원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황 센터장은 예상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연말로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며 “상반기는 달러당 1300원, 하반기에는 1250~1260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도 환율 하락 전망에 힘을 보탠다. 원화와 위안화가 연동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내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기 집권 2년차”라며 “보통 집권 2년차가 되면 경기 부양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가 버텨주고 중국에서도 경기 부양이 이뤄진다는 전망이 적중하면 주식시장에서는 수출주에 주목해야 한다. 황 센터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이후 주가가 상승할 때 중요한 요인이 실적”이라며 내년 이익률이 개선될 업종으로 반도체와 화학, 헬스케어를 꼽았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코스피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 센터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업들의 자본투자(CAPEX) 활성화, 중국의 경기 회복이 각각 반도체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반도체가 가장 편안한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헬스케어의 경우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안에서도 논쟁이 있다고 황 센터장은 전했다.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헬스케어 섹터가 주식시장에서 소외된지 오래돼 관심을 받을 때가 됐다고 전망하지만,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산업적으로 내년에 크게 바뀔 게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한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