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청 측 "업자 명함과 카탈로그 받아…큰 부담 느껴"
도의원 "처리기 AS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업체 소개한 것"

경기도의원이 학교 급식실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감량기)를 설치할 필요성을 주장하며 도내 교육지원청을 방문하는 자리에 감량기 업자를 대동해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도의원이 음식물처리기 업자와 교육청 돌며 "처리기 써라"
3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A 의원은 학교급식실의 음식물쓰레기 발생 억제를 위해 감량기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 최근 입법예고됐다.

경기지역의 학교급식 폐기물의 연간 처리 비용은 지난해 113억원이 소요됐고 해마다 증가 추세인데 도내 2천479개 학교 중 감량기를 설치한 학교는 72개교로, 설치율이 2.9%에 불과하다는 게 조례 추진의 이유로 입법예고 당시 소개됐다.

문제는 A 의원이 올해 하반기에 일부 교육지원청을 돌며 조례 추진 사실을 설명할 때 한 감량기 업체 임원과 동행했다는 것이다.

A 의원은 한 교육지원청을 방문했을 당시 공무원들에게 감량기 업체 임원을 소개하고 임원 명함과 함께 이 업체의 제품 안내가 담긴 카탈로그를 전달했다.

당시 자리에서 학교의 급식노동자들이 잔고장이 많고 사후관리(AS)도 원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감량기 사용을 꺼린다는 말이 나왔고, 이후 감량기 업체 임원 소개가 이뤄졌다.

이런 식으로 A 의원이 감량기 업체 임원과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사례는 5∼6건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청을 감시·감독하는 교육행정위원회의 도의원이 업자와 방문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교육지원청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량기 설치를 권했는데 설치 예산에 대해서는 '어차피 학교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예산이 있으니 학교 예산으로 해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도의원이 음식물처리기 업자와 교육청 돌며 "처리기 써라"
다른 경기도의원은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줄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같은 도의원으로서 업자와 함께 교육지원청을 다닌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명함과 카탈로그를 준 것은 청탁에 해당할 여지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A 의원은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지만 위법이나 잘못은 없다고 주장했다.

A 의원은 "기존 감량기는 주로 중소업체에서 만들다 보니 AS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학교에서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해결책을 찾은 게 감량기를 리스로 계약한 뒤 AS가 안되면 리스 계약을 끊어버리는 것인데 리스로 감량기를 제공하는 업체를 조달청에서 찾아보니 한군데 있길래 그 업체 관계자와 같이 교육지원청을 몇군데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지만 교육지원청에서 학교에서 꺼린다는 이유로 무조건 감량기 설치에 반대하길래 일단 이 업체와 리스 계약을 통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그래도 AS 문제가 발생하면 더는 추진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조건이 맞지 않아서 이 업체 감량기를 시범 운영하기로 한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