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해양 쓰레기 700㎏ 수거…바다에서 잃어버린 연구 장비도 수색해 전달
환동해특수대응단 박두철 소방장 "작은 행동이 큰 변화 만들어…동참 부탁"
[#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2년째 바닷속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를 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작은 행동으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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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해변 곳곳에는 스쿠버 장비를 갖춘 다이버들이 매주 모습을 드러낸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취미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 같지만,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소방관이다.

전국에서 모인 소방관 119명은 바다에 들어가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봉사를 2년째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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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봉사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박두철(38) 소방장은 2018년 인명구조 개인 훈련 겸 취미활동을 위해 스쿠버다이빙에 나섰다가 바닷속 곳곳에 널브러진 해양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타이어,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 우산, 유리병부터 통발, 그물 등 쓰레기 더미로 바닷속은 마치 아수라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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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보게 됐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무섭더라고요.

그때부터 일주일에 2∼3회가량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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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생각보다 쓰레기의 양이 많은 탓에 그는 힘을 보태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동료인 박원민(40) 소방교, 윤신우(43) 소방교와 지난해 1월 강원소방 스쿠버연합 동호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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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활동이 소방 내부에 알려지면서 30명이었던 동호회 회원이 119명으로 훌쩍 느는 등 다른 동료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회원 대부분은 강원소방 소속이지만, 서울이나 충남 공주에서 강릉, 동해, 삼척 등으로 기꺼이 발걸음 하는 소방관들도 생겼다.

활동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싶었던 박 소방장은 지난 4월 바다를 지키고,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담아 'Sea P(protect) R(restore)'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단체 등록을 했다.

단체명이 심폐소생술(CPR)과 비슷한 발음인 탓에 이들 회원은 수중 정화 활동을 '바다 심폐소생술'이라고 부르곤 한다.

[#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기후변화가 있기 때문에 재난이 일어나고, 그 재난에 소방대원들이 투입되곤 해요.

아무래도 재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업이다 보니 공감대를 가지고 참여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
이들은 기상 악화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바다에 들어갈 수 없을 때는 해변에 떠밀려 온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도 하고 있다.

이렇게 소방대원들과 그 가족 등 250명이 지난 1∼11월 57차례 봉사 활동해 수거한 해양 쓰레기만 해도 700㎏에 달한다.

[#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최근에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더해 바닷속에서 잃어버린 해양 연구 장비도 찾아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

박 소방장 등 회원들은 강한 태풍과 거센 조류로 인해 소실된 장비 6개를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등 기관에 되찾아줬다.

이들은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경남 사천, 삼척 맹방, 강릉 기사문 등 지역을 방문해 추가로 연구 장비 수색을 이어갈 예정이다.

단체 규모가 커지고, 활동 범위도 다양해지면서 이전처럼 각자 사비를 들여 쓰레기봉투를 충당하는 일도 적어졌다.

최근에는 기업이나 환경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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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라는 좋은 뜻에서 시작한 활동이지만, 때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수중 정화 활동 중에 낚시꾼들에게 돌을 맞는 경우도 있어요.

낚시 중에 스쿠버다이빙하면 물고기들이 다 도망을 가서 그런 거겠죠. 또 스쿠버다이빙이 생각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활동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
물속에서 혼자 활동하는 게 위험하기 때문에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만큼 누구 한 명이라도 컨디션 난조로 물 밖으로 나가야 할 때면 전체 활동에 지장이 가기도 한다.

쓰레기를 눈으로 보고도 여의찮은 상황 탓에 수거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순간도 속 쓰리다.

폐그물과 같은 해양 쓰레기는 무게가 상당한 데다 수거 과정에서 다이버의 몸이 엉키는 등 위험할 수 있어 함부로 거두기 어렵다.

[#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누군가는 '고작 동해에서 쓰레기 몇 개 치우는 일이 환경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수중 정화 봉사 활동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박 소방장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면 언제 버려졌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가 수두룩하다"며 "지금 안 치우면 그 쓰레기들은 몇 년, 몇십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을 수 있다는 건데, 그런 면에서 이 봉사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국에 있는 소방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정화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비영리 단체 'Sea PR'을 비영리 민간 단체로 등록하고자 사무실을 마련하고 여러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많은 분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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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수중 정화부터 플로깅까지…소방관 119명의 '바다 심폐소생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