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콘퍼런스 열고 가상화폐 전문가 입북 지원
미국에서 기소…범죄인 인도절차에 수개월 소요 예상
스페인, 북한 제재회피 도운 '유럽 조선친선협회장' 체포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기 위해 가상화폐 관련 기술을 전수해 미국에서 수배된 스페인 친북인사가 체포됐다고 1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보도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날 성명에서 유럽 친북단체 조선친선협회 창립자로서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48)를 전날 마드리드 아토차 기차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4월 영국인 크리스토퍼 엠스(31)와 함께 북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평양에서 블록체인·가상화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당국의 눈을 피해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의 행사 참석을 주선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그리피스는 이 행사에서 블록체인·가상화폐 기술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을 북한에 전수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4월 징역 5년3개월과 벌금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가 선고됐다.

재판 과정에서 미국 검찰은 법원에 그리피스와 한국 내 사업 연락책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제출했는데, 그 안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성남시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내에서 정치적 공방이 일기도 했다.

스페인 경찰은 카오 데 베노스가 미국에서 최대 20년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스페인 정부와 법원의 승인 절차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인도 승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카오 데 베노스의 조건 없는 석방을 허용했다.

카오 데 베노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에 대한 혐의가 거짓이라며 "범죄인 인도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직 정보기술(IT) 컨설턴트인 카오 데 베노스는 2000년 조선친선협회를 설립하고 외국 언론인의 북한 방문을 주선하고 북한에 대한 해외 투자를 중개했다.

2016년에는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 타라고나에 북한을 테마로 한 바를 열기도 했다.

그가 설립한 조선친선협회는 북한에 의해 공인됐으며, 전 세계에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