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무노조 경영과 비노조 경영
무(無)노조 경영과 비(非)노조 경영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무노조 경영은 노동조합 없이 경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비노조 경영은 가급적 노조 없이도 기업을 원활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분해 봐도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영철학의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이르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대표이사나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학을 확고히 밝힌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무 담당자는 노동조합이 새로 생기면 마치 자신의 책임인 것처럼 몸 둘 바를 모른다. 노무 담당자는 노조 임원들을 만나서 그만둘 수 없는지 타진해 보다가 그것이 여의찮으면 노조 임원들에 대한 전근이나 해고를 통해 본보기를 보이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노무 담당자는 노조가 없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노조 파괴 활동을 하다가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비노조 경영의 철학과 전략을 가진 기업에서는 평소 근로자 처우를 최대한 높게 유지해서 근로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선진국 기업이나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에서도 비노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다가 새로 노조가 생기면 경영 전략을 변경해서 상생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기업은 노조와 상생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최고 대우를 유지하고 기업의 가치도 더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이 노조를 적대시하고 노조는 자신의 존재 확인을 위해 무리한 요구와 메아리 없는 강경 투쟁을 반복하는 경우다. 비노조 경영 전략을 갖고 있던 기업의 노무 담당자는 노조가 존재하는 기업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매우 서툰 편이다. 서툰 것은 노동조합 쪽도 마찬가지다. 생전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한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어느 정도 강하게 나가야 할지 잘 모른다. 그 결과 회사의 노조 적대적 태도가 먼저든, 노조의 무리한 강경 투쟁이 먼저든 양자는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악순환을 거듭할 수도 있다.

노조 설립 초기 단계에서 노사 모두 일종의 성장통을 겪게 된다. 어른들이 무서워하는 중2병도 알고 보면 성숙해지기 위해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정립하는 필수 과정이다. 노사관계의 성장통도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성장통의 초기 단계를 현명하게 지나가야 한다. 성숙한 노사관계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비노조 경영 전략을 가진 기업은 언제든 상생경영으로 변경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 사소한 일로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신뢰가 깨지고 적대감이 형성되면 노사관계가 경착륙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