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억 크로스포인트 대표.
김태억 크로스포인트 대표.
“핵심 기술인 스텔스바디(Stealthbody)를 통해 항체약물접합체(ADC)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과도한 부작용을 낮추려고 합니다.”

김태억 크로스포인트 대표는 1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크로스포인트는 Fc 사일런싱(Sliencing) 플랫폼 스텔스바디를 활용해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 투자 혹한기에도 지난 10월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100% Fc 사일런싱

김 대표가 바이오회사를 창업하면서 스텔스바디를 핵심 플랫폼으로 내세운 배경에는 10년 후에도 시장에서 차별화된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해서다. 그는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은 품목허가까지 통상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차별화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Fc 사일런싱이 10년 후에도 차세대 모달리티에 필수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Fc 사일런싱은 항체의 면역기능인 이펙터 기능(Effector Functions)을 없애는 플랫폼이다. 항체의 이펙터 기능은 우리 몸에 항체를 주입하면 일어난다. 항체의존적 세포독성(ADCC), 항체매개식세포작용(ADCP), 보체의존적 세포독성(CDC) 등이 대표적이다. 항체가 타깃에 붙으면 NK세포가 타깃을 잡아먹는 현상이 ADCC이다. 대식세포가 타깃을 없애는 건 ADCP, 항체의 보체가 타깃 세포를 죽이는 건 CDC이다.

항체 의약품은 억제제(inhibitor)와 작용제(Agonist)가 있다. 병을 일으키는 타깃과 결합해, 문제가 되는 신호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건 억제제이다. 블록버스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이 대표적이다. 허셉틴은 암세포에 발현되는 HER2를 막는 항체치료제다.

타깃 세포를 죽이는 억제제에서는 ADCC, ADCP, CDC를 강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 다만 문제는 이펙터 기능이 타깃 세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작동할 경우다. 항체가 면역세포와 정상세포에 붙을 경우 이펙터 기능으로 인해 독성이 유발될 수 있다. 원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치료 효과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김 대표는 “면역세포에는 Fcγ수용체(Fc Gamma Receptor, FcγR)가 많이 발현돼 있으며, 항체는 Fcγ수용체에 잘 붙는 특성이 있다”며 “항체가 면역세포의 Fcγ수용체를 통해 면역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이펙터 기능이 면역세포를 공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펙터 기능은 정상세포뿐만 아니라 작용제 항암제에서도 문제가 된다. CD40(개발사 이카노맙), 4-1BB(하버 바이오메드), TRAIL(애브비) 등 작용제 타깃의 신약 개발사들은 이펙터 기능을 없애기 위해 Fc 사일런싱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다. 하지만 최신 Fc 사일런싱은 사용하지 못하고, 이미 특허가 끝난 오래된 기술(old fashioned tech)을 사용한다.

Fc 사일런싱 플랫폼은 199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특허가 만료된 초기의 Fc 사일런싱은 항체의 이펙터 기능을 50% 정도 줄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로슈 자회사 제넨텍, 젠맙이 이펙터 기능을 100% 제거한 Fc 사일런싱 플랫폼을 개발했다. 제넨텍과 젠맙은 Fc 사일런싱 플랫폼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만 사용 중이다.

ADC 부작용 해결, 5년 내 기술수출

크로스포인트는 100% Fc 사일런싱 플랫폼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첫 번째로 확보했다. 제넨텍, 젠맙과의 경쟁도 자신한다. 김 대표는 “스텔스바디를 젠맙이나 제넨텍의 기술과 비교하기 위해 면역세포에 발현된 6종의 Fcγ수용체에 대한 결합력, 항체 생산수율, 물성, 반감기 등 9개 분야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며 “스텔스바디는 모든 테스트에서 젠맙과 제넨텍 기술 보다 동등 또는 우월했다”고 강조했다.

크로스포인트는 현재 스텔스바디와 ADC의 시너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DC의 부작용은 타깃 의존적 부작용과 타깃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구분한다. 타깃 의존적 부작용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를 할 수 있다. 반면 타깃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은 예측이 어렵다.

김 대표는 “ADC 부작용을 보면 타깃과 상관없는 장기(안구, 폐, 간, 혈액, 골수)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며 “해당 장기들은 면역세포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항체가 면역세포의 Fcγ수용체에 결합, 이펙터 기능이 일어나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라며 “부작용의 심각성이 높으며, ADC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중요한 기술적 과제”라고 말했다.

미국암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 등 올해 글로벌 학회에서 이펙터 기능을 제거한 항체를 붙인 ADC 치료제의 연구들이 공개됐다. 비임상 연구에서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Fc 사일런싱을 통해 ADC 치료제의 약물치료지수(Therapeutic index, TI)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약물치료지수는 독성이 발생하는 최대 용량과 치료제로서 사용 가능한 용량의 차이다. 차이가 클수록 좋다.

크로스포인트는 5년 내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한다. 기존 ADC 치료제에 스텔스바디를 적용한 항체를 썼을 때 인체 안전성이 개선됐는지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5년 내 기술수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빅파마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기술적 장애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스텔스바디가 ADC에서 효과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기술수출 성과가 연달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ADC, 이중항체 등 향후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게 될 차세대 플랫폼에 항체는 필수”라며 “항체의 잠재력은 곧 Fc 사일런싱의 수요로 이어지며, 중장기적으로 빅파마 입수합병(M&A)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4일 11시24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