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법 관여는 명백하나 처벌 불가한 '수수 공범'으로 기소"
정치자금 6억 받은 김용 유죄에도 전달한 유동규는 무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정치자금 6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음에도 이 돈을 전달했다고 자백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은 무죄 판단을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김씨와 8억4천700만원을 함께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유씨와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은 유씨 징역 1년6개월, 정씨 징역 1년이었지만, 재판부는 "정치자금 부정 수수의 공동정범(공범)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김씨의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고 봤다.

이같은 행위는 자금의 원천인 남욱 씨의 '기부'에 가담한 공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씨의 '수수' 공범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씨 등은 정치활동으로 볼만한 행보를 한 적이 없고, 남씨로부터 조성된 정치자금을 분배·관리, 사용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 사용처나 배분 대상·방법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선 김씨와 상의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남씨와 수시로 연락했다는 점도 기부 공범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이같은 '수수 공범' 공소장을 '기부 공범'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검찰에 검토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고, 기소한 범위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무죄로 선고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또 다른 축인 김씨의 1억9천만원 뇌물 수수 혐의 역시 남씨의 자금이 원천이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구조가 유사한데도, 검찰이 유씨를 뇌물 수수의 공범이 아닌 뇌물 공여자로 판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이 김씨를 뇌물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할 당시 유씨는 뇌물공여죄 공소시효(7년)가 지나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일각에서는 유씨가 지난해 9월부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대장동 민간업자와 유착됐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이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유씨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면서도 "범행의 주요 공범인 동시에 신고자이기도 하다"며 "유씨가 '배신자'가 아니라 용기를 보여준 사람으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해 항소 여부와 항소심 공소유지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자금 6억 받은 김용 유죄에도 전달한 유동규는 무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