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안 답하라' 최후통첩…김기현 앞에 놓인 세 가지 선택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의 불출마·수도권 출마 권고안’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면서 김기현 대표(사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수도권 출마·불출마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울산 출마설까지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내년 총선 전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사실상 ‘윤심’을 등에 업고 당선됐는데 이제 와서 김 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대통령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비대위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김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나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대표로선 ‘총선 승리를 이끈 대표’라는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동훈, 원희룡 등 인지도 있는 인물을 선거대책위원장 등에 세우고 김 대표는 ‘관리형 당 대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 ‘김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출범’ 시나리오는 꾸준히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바꿀 성격”이라며 “대통령실 참모진, 장관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에 당 지도부만 쇄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고 김 대표는 직을 유지한 것에 당내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 다시 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권 한 관계자는 “남은 목표가 대권인 김 대표에게 기존 지역구(울산) 당선은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했다.

관건은 시점이다. 통상 대표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은 총선 2~3개월 전에 이뤄져 왔다. 2012년 4·11 총선 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2020년 4·15 총선 때 황교안 대표는 그해 2월 각각 ‘지역구 불출마·비례대표 출마’와 ‘종로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친윤계 한 의원은 “김 대표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는 승부수”라며 “지금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