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 "문학·사상 등 다양한 자료 발굴할 것"
"'집현전' 위한 인력·예산 필요…전통문화 전문가 양성도 중요"
"K-지혜 꽃피우는 고전 번역…기록 넘어 대표 문화자산으로"
"한문으로 된 지혜와 지식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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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고전, 특히 한문 고전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김 원장은 "한자 또는 한자 문화는 동북아시아의 공유 재산"이라며 "2천년간 쌓여온 지혜와 지식을 우리말로 바꿔 누린다면 세계적인 문화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와 경희대에서 한문학을 가르치며 오랜 기간 고전 연구에 힘썼던 그는 한국고전번역원을 전통문화 계승·발전 및 연구를 위한 '현대판 집현전'이라고 했다.

1965년 설립된 민족문화추진회를 토대로 출범한 고전번역원은 그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한문 고전 3천200여 책을 번역하고 주요 문집 1천200여 종을 간행했다.

"K-지혜 꽃피우는 고전 번역…기록 넘어 대표 문화자산으로"
그는 이런 학문적 성과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고전종합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점을 언급하며 "K-문화의 바탕을 다졌다는 점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전번역원이 해야 할 일을 100이라 한다면 30 정도는 한 것 같다.

열악한 환경과 상황에서 시작했기에 많은 일을 해냈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조직을 널리 알리고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힘쓰려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김 원장은 "고전 번역은 (작업하다가) 암초를 만나더라도 우회할 수 없는, 돌을 깨고 부수면서 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연구의 영양분을 더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특히 "그간 번역·연구 방향이 주로 역사물에 치우쳐 있던 점이 아쉬웠다.

문학, 사상, 그리고 야담(野談·야사를 바탕으로 흥미 있게 꾸민 이야기) 등 다양한 자료를 발굴하고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K-지혜 꽃피우는 고전 번역…기록 넘어 대표 문화자산으로"
그는 고전번역원의 부설 기관인 교육원 운영과 관련해선 "번역 전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전통문화 전문가를 양성해야 우리 고전 연구가 더 풍부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어느덧 취임 반년, 김 원장은 "참 어려운 자리"라고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광개언로'(廣開言路), 네 글자를 늘 생각한다"며 "언로를 열어 폭넓게 듣는다는 말처럼 여러 직원을 만나 의견을 들으며 매사에 신중하게 결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전번역원이 대중에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고전번역원이 여는 시민 대상 고전 특강이나 교육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참여도가 높지만, 아직 기관의 역할이나 이름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K-지혜 꽃피우는 고전 번역…기록 넘어 대표 문화자산으로"
김 원장은 대중화를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그는 2018년 대학에서 퇴임한 이후 유튜버로 활동한 바 있다.

한자를 잘 알려드린다는 뜻의 '한잘알' 채널 구독자는 9천명 이상으로, 384개의 콘텐츠가 올라 있다.

그는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사회에 돌려드리겠다는 뜻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다.

한자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관심을 갖게 하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한자 교육의 필요성도 재차 역설했다.

김 원장은 고전번역원이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걸맞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도 과제다.

이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한문을 자동으로 인식해 번역해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등 과학기술을 접목한 고전 활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한자 문화에 담긴 지혜와 정수를 현대 국어로 바꿔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수원지(水源池)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학의 총본산이 고전번역원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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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지혜 꽃피우는 고전 번역…기록 넘어 대표 문화자산으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