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신랄한 비판 담은 언론 기고문…공수처 감찰 나서
처장·차장 임기 만료 앞두고 내홍 극에 달해
"공수처 정치 편향" 내부 폭로…차장은 해당 검사 명예훼손 고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내부의 '정치적 편향'과 '인사 전횡'을 주장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고 공수처장이 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는 등 처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공수처의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공수처는 29일 언론에 전한 공지에서 "김진욱 처장은 김명석 부장검사가 기고 내용을 처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채 법률신문에 게재하게 된 과정의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감찰을 실시할 것을 인권감찰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 윤리강령에는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관해 수사처 검사의 직함을 사용해 그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대외적으로 공표할 때는 처장에게 미리 신고한다'고 돼 있다.

공수처는 "김 부장검사가 기고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관련 법과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 회부 등 엄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개인 자격으로 김 부장검사를 다른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가 언론 기고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여 차장은 "공수처 수사 및 운영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조직 구성원의 일탈을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선 지휘 책임을 통감하지만, 불명확한 타인의 전언이나 근거 없는 내용을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해 개인과 기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린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해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국민께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공수처는 전했다.

공수처 등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30일자 법률신문에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김 부장검사는 기고문에서 여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 사건에 관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 경험이 없는 어린 A검사에게 배당하도록 지시하고, "이게 무슨 직권남용이냐"며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취지의 자료를 건네줬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사건의 경우 입건 의견이 나올 때까지 여러 검사에게 사건 검토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필자가 임명되기 전의 일"이라며 "입건 명령이라도 하겠다고 성화를 부려 어쩔 수 없이 입건했다고 하길래 농담인 줄 알았다"고 적었다.

이어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도록 위와 같은 언행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시도 때도 없이 '무원칙 무기준' 인사 발령을 낸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검찰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데 방향을 잡아줘야 할 처장, 차장 또한 경험이 없으니 잘하는 건 줄 안다"며 "총체적 난국"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최근까지 네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력 부족에 대한 거센 비판에 마주하고 있다.

최근 김숙정 검사가 사직서를 낸 것을 계기로 조직 내부가 곪아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는데 이번 언론 기고를 계기로 갈등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각각 내년 1월 20일과 1월 28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