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트럼프를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봐"
지지세 부진 속 '치적홍보→상대비판' 선거운동 무게이동
바이든 '네거티브' 급선회…"민주주의 파괴" 트럼프 직격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고 공격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보게 되면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극단적 '마가'(MAGA) 공화당원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작정했다"고 비난했다.

마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뜻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직면한 선택은 이보다 더 엄혹할 수 없다"면서 '오바마케어' 폐지와 낙태 규제 지지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 공격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기 생각대로 한다면 그건 모두 사라진다"면서 차상위 계층 등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한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면 미국인 4천만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공화당 우세 주에서 잇따라 발의된 낙태 제한 법안에 대해 자신의 경쟁자가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고 자랑하며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네거티브' 급선회…"민주주의 파괴" 트럼프 직격
그러면서 "미국민이 기본권을 빼앗기게 된 유일한 이유는 바로 트럼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는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6월 낙태를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 결정 권한을 주(州)로 넘긴 이후 주마다 관련 '입법 전쟁'이 벌어지며 낙태권이 주요 선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강경 우파 대법관 3명을 임명해 대법원 이념 지형을 보수 우위로 재편,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밖에도 반대 세력을 "해충"(vermin)에 비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발언을 비난하는 등 거듭 공격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 후보로 간주해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자신의 업적을 부각하는 포지티브(positive) 선거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 가상대결에서도 우세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에머슨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64%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또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47%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3%)을 누를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게 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중심점을 옮기면서 최근 몇 주간 공격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네거티브' 급선회…"민주주의 파괴" 트럼프 직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