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시민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허문찬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시민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허문찬기자
카카오의 새 컨트롤타워 CA협의체에서 경영지원총괄을 맡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카카오의 내부 경영 실태를 잇따라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29일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첫 출근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 9월부터 카카오 CA협의체에 합류해 카카오 내부 준법·인사·재무 관련 각종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 /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 /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김 총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자신에게 골프회원권으로 골프를 치고 접대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면서 조사와 함께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김 총괄은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다"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다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이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된다"며 "먼저 브라이언 법인 골프회원권부터 내놓으시죠. 그래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저나 사업총괄 정신아 대표도 당연히 필요 없습니다. 카카오는 대표이사, 대외 임원 1~2장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골프 안친지 10년도 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악을 해보니 그렇게 많은 수량은 아니었고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아예 골프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으로 치고 있었습니다. 한 달에 12번이면 4일짜리 KPGA 대회 3주 연속 출전 수준. 체력이 부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예 골프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습니다. 매각 불가 회원권도 많이 있네요. 좀 기다려야겠습니다. 보니까 휴양 시설·보육 시설이 부족한데 매각 대금을 이리로 투입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20:80이던 비율이 80:20으로 바뀝니다. 직원용 자산이 대폭 늘어납니다. 그리고 매월 골프 TOP10을 발표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SNS 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SNS 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 총괄은 "이후 2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주말 저녁에도 골프의 필요성에 대한 하소연 전화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시태그로 '밤길조심' '조광조'를 달았다. 조선 중종 때 기득세력인 훈구파와 대립 개혁 정치를 도모하려다 모함을 받고 처형을 당한 문신이다. 본인이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음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괄은 지난 22일 판교 본사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임직원들을 상대로 큰소리로 욕설을 했다는 보도로 논란이 되자 전날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해명 및 내부 폭로에 나서고 있다.

그는 전날 SNS에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 건축팀의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 제안에 대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임원과 갈등으로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됐지만 아무 말도 안 하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고 해명했다.

김 총괄은 "'700억~800억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 데 모두 가만히 있는가'라고 했다"며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례 2가지를 모두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개X신'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며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 그러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사를 통해 파악한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 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 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며 "직원들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