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파리의 연인' 갈증, '강남순'으로 풀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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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힘쎈여자 강남순' 황금주 역 배우 김정은

올해로 데뷔 28년 차, 시대를 풍미했던 '로코퀸'이었던 배우 김정은의 고백이었다.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정은은 1998년 방송된 MBC '해바라기'에 출연해 차태현과 티격태격 로맨스를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이후 2004년 방영된 SBS '파리의 연인', '루루공주'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명사로 불렸다. 당시 기획되는 모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본이 김정은에게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정은 스스로 "대본이 쌓여있었다"고 고백할 정도.
하지만 최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속 김정은의 모습은 이전까지 그가 연기한 캐릭터와 전혀 다르다. '강남순'은 그의 강남순과 엄마 황금주, 그의 할머니 길중간 세 모녀의 이야기다. 각각의 캐릭터에 배우 이유미, 김정은, 김해숙이 캐스팅돼 입체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김정은은 연령이 다른 세 여성의 이야기에 매료됐다며 "무조건 제가 할게요"를 외쳤다면서 '강남순'과의 첫 인연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강남순'의 인기와 황금주에게 쏟아지는 찬사를 모두 '이야기의 힘'으로 돌렸다.
"배우는 선택되는 입장이에요. 훌륭한 기획, 스토리를 보면 '내가 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고 보게 되죠. 사람들이 '캐릭터가 훌륭해'라고 칭찬해주시지만 스토리를 이길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해요. 황금주는 '강남순'의 탄탄한 스토리를 통해 완성됐다고 봐요."
김정은은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촬영이 없을 땐 "편집실에 간식을 사 들고 찾아갔다"며 "제 정도 나이, 연차가 되면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얘기도 잘 안 하려 하는데,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어 많이 기웃거렸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이전엔 밤새도록 찍고, 촬영팀이 바뀌며 계속 찍어서 몸은 피곤해도 캐릭터에 파묻혀 살았던 거 같다"며 "그런데 요즘은 촬영 시간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고, '더 찍어도 된다'고 해도 집에 보내주셔서 그 부분이 정말 좋은데, 일상으로 돌아와 황금주를 잊어버리진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휴식하는 시기에도 제작진, 출연진과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은은 특히 "황금주의 정의로움이 일반적으로 규정지어진 정의(定義)의 정의(正義)가 아니라 더 좋다"고 강조했다.
"윤리,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의의 정의가 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의미와 황금주는 맞지 않아요. 황금주는 힘을 숨기지 않고, 돈도 많죠. 다만 그걸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아요. 그 부분에 저도, 시청자들도 재미를 느낀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강남순'은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웃기고 재밌는데, 그 안에 생각할 게 많은 작품 같아요."
'강남순'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선보여졌고, 8개국(한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등)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각자의 '본업'을 위해 김정은은 한국에서, '금융맨'인 남편은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고 있지만,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강남순'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모니터를 해줬다는 후문이다.

'강남순'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을 테지만, 김정은은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했다는 점만으로 "'강남순'이 고맙고 소중하다"고 했다.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거 같아요. '플렉스' 느낌, 카리스마, 이런 이미지는 제가 데뷔 후 처음 얻은 거라 조금 더 가져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웃음) 제가 세 보이진 않지만, 의외로 무모한 용기는 있는 편이에요. '강남순'을 하면서 도전하는 것에 대한 더 큰 용기를 얻었고요. '강남순'을 하면서 '마지막'이라고 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이런 식으로 스스로 마법을 거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