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세포치료제 실험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돈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세포치료제 실험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현재 첨단 치료제로 각광받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산업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뉴욕에서 2시간을 달려 펜실베이니아 대학도시에 들어서면 대학보다 먼저 바이오 기업 간판이 눈에 띈다. 첨단 치료제 기업이 대거 몰린 일명 ‘셀(cell)리콘밸리’다.

펜실베이니아대는 세계적으로 CGT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유전자치료제 전달체를 상용화한 제임스 윌슨 교수와 미국판 노벨상 ‘브레이크스루상’ 올해 수상자인 칼 준 교수 모두 펜실베이니아대 소속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드루 와이스먼 교수도 있다.

이들의 CGT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바이오 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의 가장 큰 장점은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저렴한 물가다. 화이자, GSK,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연구개발 허브가 다수 포진해 있어 연구 협력도 용이하다. 2022년 기준 필라델피아는 CGT 프로젝트로 3억1700만달러(약 4140억원)를 지원받아 보스턴을 제치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투자 1위 지역으로 선정됐다. 2018년부터 벤처캐피털로 투자받은 금액만 42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셀리콘밸리는 두 개의 CGT 치료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2017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는 단 한 번의 투여로 완치 수준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혁신적인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에서 분사한 스파크테라퓨틱스가 개발했다.

역시 한 번 투여로 암세포를 대량 사멸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도 셀리콘밸리에서 처음 탄생했다. 칼 준 교수가 개발해 노바티스에 이전한 ‘킴리아’가 주인공이다.

윌슨 교수는 “CGT산업은 현재 성장기 직전에 와 있고 향후 2년간 시장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CGT 시장이 확대되면서 셀리콘밸리가 제2의 보스턴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CGT 시장은 연평균 44.1%씩 성장해 2027년 417억7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