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25일 새벽 5시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이날 서해안과 동해안, 산지를 중심으로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의 돌풍이 불어닥치는데, 이 바람이 중국발 초미세먼지와 황사를 실어 나르면서 전국 공기 질이 매우 좋지 않겠다.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유입된 국외 대기오염물이 축적된 상태에서 국외 대기오염물질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 이날 서울 25개 구의 초미세먼지(PM-2.5) 시간당 평균 농도는 새벽 4시 기준 77㎍/㎥에서 1시간 만인 5시에 82㎍/㎥로 상승했다.서울시는 초미세먼지의 시간당 평균 농도가 2시간 이상 75㎍/㎥를 넘을 때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한다. 올해 서울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 1월 20일, 2월 16일에 이어 세 번째다.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외 운동을 줄이고, 창문을 닫아 실내공기 유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실외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엔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보건환경연구원은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 있는 시민과 노약자, 어린이 등은 외출을 자제해달라"며 "실외 활동과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고 당부했다.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제작비 6000만 달러(약 900억원)짜리 영화를 비상업독립영화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영화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케이트 블랜쳇,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블랙 백>은 비싼 예술영화다. 영화가 추구하는 바가 그렇다. 어떤 작품을 두고 예술영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그 추구하는 바의 가치이다. 전설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블랙 백>은 작가주의형 상업영화이자 웰 메이드 예술영화이다.영화 <블랙 백> 제목에서 ‘블랙 백’이란 용어는 기밀, 보안이라는 얘기이다. 첩보원들은 무슨 얘기마다 "그건 블랙백이오"라며 말을 끊는다. 실제로 블랙백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상대를 차단하려는 수단의 말투일 수도 있다. 주인공 부부인 조지 우드하우스(마이클 패스벤더)와 캐슬린(케이트 블란쳇)이 그렇다. 남편은 영국 SCIF(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facility·민감특수정보국)의 내사 담당이고 아내는 현장 요원이다. 둘은 금실이 좋기로 유명하다. 싸우지를 않는다. 자기가 지켜야 할 영역은 철저하게 지킨다.상대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상대가 알고 있고, 또 알고 있고 또 알고 있고의 연속과 반복이다. 마치 엘리베이터 속 양옆의 거울에 비친 내가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근데 이건 첩보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릇 모든 부부, 모든 남녀 연인들이 공통으로 가진 심리의 복잡다단성이다.그래서인지, 영화 <블랙 백>은 단순 첩보 스릴러가 아니다. 초반부에는 약간 치정 스릴러처럼 되다가 나중에는 완벽한 심리 스릴러가 된다.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은 그저 괴상한 그림에 불과하고,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은 그저 골동품 TV 더미일 뿐이다. 현대미술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려면 작품에 담긴 뜻과 작가의 스토리를 공부한 뒤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은 너무 비싸서,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들도 예외는 아니다.이런 점에서 서울 소격동에서 지금 동시에 열리고 있는 하종현 화백(90)의 전시 두 개는 한국 현대미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지난달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현 5975’는 초기 실험적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전(前)편 격.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후(後)편 격의 전시 ‘하종현’은 그의 대표작 ‘접합’ 연작을 조명하는 전시다. 그의 접합 연작이 탄생한 배경과 그 의미, 하종현이 세계 미술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를 정리했다.접합, 모든 것을 잇다때로 예술은 결핍에서 태어난다. 종이를 살 돈이 없었던 이중섭이 담배를 싸는 종이에 뾰족한 도구로 그림을 그려 은지화(銀紙畵)를 만들었던 것처럼, 하종현의 접합 연작도 가난에서 탄생했다. 시작은 1974년이었다. 15년간 실험미술의 최전선에서 주목받으며 활약하던 그였지만 여전히 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시장에서 파는 마대에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한 것도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올 사이의 구멍이 너무 커서 도저히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