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천년에 두 번이나 나와버린 가수…2027년 잠실 주경기장 목표"
17세 버튜버 부캐 '숲튽훈'도 10대에 인기…"누구나 마음속에 소년·소녀 있죠"
김장훈 "제 창법에 익숙해지면 다른 건 밋밋할걸요?"
"댓글에 '천년에 한 번만 나와야 하는 가수'라던데. '숲튽훈' 때문에 천년에 두 번이나 나와버린 가수가 됐어요.

하하."
올해로 데뷔 32년이 된 베테랑 가수 김장훈은 지난 수년간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설 무대가 사라져버리는 초유의 위기도 겪었다.

그런데 이 시기 느닷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그의 옛 무대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노래 발표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10대를 중심으로 말이다.

처음엔 음정과 박자 같은 '공식'을 초월한 그의 무대에 조롱에 가까운 '악성 댓글'이 달리더니, 언젠가부터 그의 새로운 별명 '숲튽훈'과 함께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발전했다.

'천년에 한 번만 나와야 하는 가수' 혹은 '프레디 머큐리가 아닌 프롬 머큐리(From Mercury·수성에서 온 듯한)' 같은 댓글 영상은 수십만 또는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기세를 몰아 올해 4월에는 아예 2006년생 개띠 17세 고등학생 버튜버 부캐 숲튽훈까지 등장했다.

김장훈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중 연예인인데, 허위 사실도 아니고 조롱한다고 뭐라고 하겠느냐"면서도 "몇 년 전부터 그 기류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한 게 감지됐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요즘은 나 같은 가수가 없어서 '괴이한 가수'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흐가 귀를 자르고 뭉크가 '절규'를 그렸듯 추후 인정받을 것"이라며 "나의 독특한 창법과 모습에 익숙해지면 이제 다른 것들은 밋밋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장훈의 목소리에는 힘과 단단함이 있었고, 대중의 '악성 댓글'을 제2의 전성기로 변모하게 한 내공과 여유가 엿보였다.

김장훈 "제 창법에 익숙해지면 다른 건 밋밋할걸요?"
그는 "상처받지 않은 비결은 자신감이다.

과거보다 성격이 유해졌고 이제 욕설도 끊었다"며 "지금 내 힘의 원천은 사랑과 감사"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과거 공백기를 가지며 바닥까지 찍으면서 내 팬들도 속상했을 것"이라며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한 번은 보여주고 싶다.

오는 2027년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도 밝혔다.

김장훈은 다음 달 여는 단독 콘서트 '종합선물세트' 연습, 부캐 활동, 내년 선보일 화장품 사업 준비로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현재 상황을 인생 곡선으로 표현한다면 '최정상'이란다.

그는 내달 콘서트에 대해 "메탈도 있고 재즈도 있고, 헤비메탈 스타일 가발도 쓰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공연서 다 보여줄 것"이라며 "소극장이지만 삼면에 영상(전광판)도 두르고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내게 공연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비싼 취미'"라며 "그렇지만 몇천 혹은 몇만 명과 함께 행복해지는 취미"라고 강조했다.

김장훈 "제 창법에 익숙해지면 다른 건 밋밋할걸요?"
내달 공연은 예매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적자라니 어쩐 일일까.

김장훈은 이에 대해 "10대는 무조건 티켓 가격을 2만원으로 책정했는데, 10대 관객이 20%나 되더라"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이번 공연은 (평범한) 김장훈이 9에다가 (기이한) 숲튽훈을 1 정도로 섞을 것"이라며 "난 보통 가수처럼 앨범과 똑같이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

라이브만의 맛이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김장훈의 부캐인 17세 고등학생 숲튽훈도 최근 맹활약 중이다.

숲튽훈은 김장훈의 히트곡 '허니'(Honey)와 '고속도로 로망스'를 리메이크해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 9월에는 대규모 음악 축제 '2023 이세계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특히 이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숲튽훈과 김장훈의 듀엣도 성사돼 화제를 모았다.

김장훈은 "누구나 어른이 되어도 마음속에는 소년·소녀가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또 페스티벌 무대에 대해서는 "'우와' 하고 함성이 나왔는데, 만 32년 가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함성의 질과 데시벨이어서 놀랐다"며 "남자아이들이 많았지만 군대에서 내지르는 함성과는 또 달랐다.

그야말로 내가 모르는 세상, 즉 메타버스(가상 세계)가 구현된 것 같았다"고 되돌아봤다.

"숲튽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요? 음…. 담배는 배우지 말고 욕도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김장훈처럼 힘든 인생은 1명이면 족하거든요.

하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