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제주대 교수 논문서 분석…검사가 낸 소송은 '전패' 검찰 '尹 명예훼손' 수사 석달째…형사사건 입증 더 치밀해야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는 취지의 의혹 보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전에서 법원이 '언론의 검찰 감시 역할'에 방점을 찍는 판단을 내려 온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경호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언론법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언론 상대 고위공직자 명예훼손 소송 연구-대법원의 위법성 조각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이러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2003∼2021년 고위공직자가 원고인 명예훼손 소송 중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판결문이 공개된 13건의 판례를 분석했다.
원고의 신분은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검사 등 다양했지만 원고가 승소한 사례는 2건에 그쳤다.
특히 이 가운데 원고가 검사인 5건의 소송은 모두 패소했다.
2011년 BBK 사건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검찰이 BBK 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 씨를 회유·협박했다'고 보도한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면 그 수사 과정의 적법성·공정성도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며 주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의혹 사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감시와 비판 행위는 언론자유의 중요한 내용"이라며 "수사 과정에 관한 의혹 제기가 공직자의 명예 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검찰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도 대법원은 원고 패소를 확정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언론의 검증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검찰의 직무 집행의 적법성과 공정성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김진환 전 검사장이 2012년 자신을 '삼성 떡값 검사'로 지목한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거듭 "검찰의 수사 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인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수사 과정의 공정성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내용이 경멸적이고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이르지 않는다면 언론에 위법성을 묻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일련의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의혹을 3개월째 수사하고 있다.
김 교수의 분석은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이 사건에 직접 대입은 어렵지만, 한층 높은 수준의 증명이 필요한 형사사건인 만큼 법원의 판단 기준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이러한 판례 등을 참고하며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허위보도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뉴스타파, 경향신문 소속 기자 등에 대한 수사를 신중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헌법상 보호되는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신중하게 영장 집행 등을 하고 있다"며 "단순 오보 가능성이 있는 부분까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