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치학자들 분석…"야권 단일화 실패, 2000년 '범국민당 분열' 당시와 유사"
'3파전'대만 대선, 누가 웃을까…"독립성향 민진당 재집권 유리"
대만 총통 선거(대선) 레이스가 24일 후보 등록으로 본격화한 가운데,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과 중도 성향 제2야당 민중당의 후보 단일화 무산으로 독립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연속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대만 전문가들 분석이 제기됐다.

26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와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왕예리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몇 달간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는 형태였다"며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계속 시소게임을 하면 후보 정리가 어려워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에게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구도는 민진당이 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2000년 대만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왕 교수 설명이다.

당시에는 국민당 중심의 범람진영(泛藍陣營·범국민당 진영)이 분열된 데다 선거 전 거짓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범람진영 지지층이 누구를 선택해야 좋을지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2000년 대선에선 최종 득표율 39.30%의 민진당 천수이볜 후보가 36.84%를 기록한 무소속 쑹추위 후보를 31만표 차로 제치고 총통에 당선됐다.

국민당의 롄잔 후보는 292만표(23.10%)를 얻어 3위에 그쳤다.

'3파전'대만 대선, 누가 웃을까…"독립성향 민진당 재집권 유리"
왕 교수는 "2024년 대선에서 '남백합'(藍白合·상징색이 파란색인 국민당과 흰색 민중당이 힘을 합친다는 의미)의 파국은 2000년 대선을 재연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민진당 라이칭더가 2000년의 천수이볜처럼 다수의 표를 얻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라이칭더는 민진당 표의 80∼90%를 가져갈 수 있지만, 과거 파란색(국민당)과 초록색(민진당) 사이를 오갔던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는 국민당 표의 60∼70%만 얻을 수 있을 뿐"이라고 내다봤다.

허우 후보는 정통 국민당 인사인 자오사오캉을 부총통 후보로 지명하고 직전 선거 총통 후보였던 한궈위까지 동원해 지지층 표심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민중당 커원저 후보 측이 자랑하는 젊은 층 표는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고 왕 교수는 분석했다.

왕 교수는 허우 후보가 대만 중남부 자이시(嘉義市) 출신으로, 남부 지역에 있는 대만 제2도시 가오슝시(高雄市)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어 '남부 표'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여론조사 상 현재 3위인 커 후보 지지층은 국민당과 민진당을 모두 싫어해 표가 허우 후보 쪽으로 대폭 이동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했다.

선유중 대만 동해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당이 야권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커원저 후보 쪽으로 돌리고 '옅은 파란색'(지지 강도가 낮은 국민당 성향 유권자)을 지지층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아직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며 "그렇지 않고 옅은 파란색과 중도층, 젊은 유권자가 커원저 후보 쪽으로 가면 국민당은 기껏해야 2위를 지킬 뿐 허우 후보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 교수는 허우 후보 측이 라이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들려면 커 후보 사퇴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향후 여론조사에서 커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홍콩의 친중 성향 매체 성도일보 역시 "남백합이 깨지면서 여론은 녹색진영(綠營·민진당 진영)의 승산이 높아졌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3파전'대만 대선, 누가 웃을까…"독립성향 민진당 재집권 유리"
실제 대만 여론은 라이칭더-허우유이-커원저 3자 구도에서는 라이 후보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19∼21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50.9%로 나타났다.

커 후보는 22.0%, 허우 후보는 14.7%였다.

지지율은 라이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허우 후보가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대만 인터넷매체 미려도전자보(포모사)가 지난 24일 공개한 여론조사(21∼23일 조사)에서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31.4%,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31.1%, 민중당 허우유이 후보가 25.2%를 각각 기록했다.

1·2위 격차가 단 0.3%포인트(p)로 오차범위(±2.7%p) 안에 들어간 혼전 양상이다.

대만 ET투데이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24일 조사)에서도 라이칭더(총통 후보)-샤오메이친(부총통 후보)의 지지율은 34.8%, 허우유이-자오사오캉은 32.5%, 커원저-우신잉은 21.2%로 나타나 1·2위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2.72%p) 안에 있었다.

'3파전'대만 대선, 누가 웃을까…"독립성향 민진당 재집권 유리"
'3파전'대만 대선, 누가 웃을까…"독립성향 민진당 재집권 유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