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관료 출신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역사 인문서를 펴냈다. 권위적 역사에 대한 통렬한 테러다. 우리 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진 은폐, 왜곡, 과장, 편견을 재구성한다. 기존 역사 상식을 깨거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평가를 달리하는 주장을 편다. (믹스커피, 312쪽, 1만9000원)
공민수 인천 금마초 교사(사진)는 ‘교사들의 인공지능(AI) 교사’다. 공 교사의 AI 수업 내용은 인천 지역 교사들에게 교육 교재로 제공된다. 그는 인천교육청이 주관한 에듀톤(소프트웨어·AI 수업 연구대회)에서 올해 교육감상(1등상)을 수상했다.공 교사는 교실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방학이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느라 학기 때만큼이나 교단에 서는 시간이 길다는 공 교사가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을 냈다. <최강의 AI 공쌤반 아이들>이다.책은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업하듯 쉽게 쓰였다. 예상 독자는 열두 살이지만 초등교사나 학부모, AI가 아직 낯선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AI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하다. 책은 그가 진행한 AI 융합 프로젝트 수업 내용을 이야기 들려주듯 재구성해 담아냈다. 책 속 7명의 아이들은 AI와 함께 동화책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고 시를 쓴다.공 교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30~70대를 대상으로 AI 강의를 했는데, 앞으로 AI가 중요해질 걸 알면서도 어렵게 느끼는 어른이 많았다”며 “초등학생들이 해냈는데, 어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했다.초등학교에서 AI 교육이 의무화되는 건 2025년. 그가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이를 위해 AI융합교육 대학원까지 다닌 건 공교육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그는 “AI 교육은 단순 기능이 아니라 활용 능력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아이들을 모두 스티브 잡스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은 좋든 싫든 이제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 텐데, AI를 대할 때 두려움부터 갖지 않았으면 해요. 어린 시절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더 어려운 기술을 접해도 익힐 수 있을 거예요.”아이들이 AI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기 위해 공 교사가 택한 전략은 ‘참고 기다리는 것’. 아이들이 AI를 활용해 전자책을 만들었을 때는 오타조차 지적하지 않았다. 아이들마다 진행 속도가 달라서 진도가 걱정될 때는 채근하는 대신에 먼저 완성한 아이들을 ‘조교’로 투입했다.구은서 기자책마을의 모든 기사는 arte.co.kr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죽음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의 순간 옆에 아무도 없이 외롭게 가는 게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1인 가구가 더 이상 특별해지지 않은 지금, ‘고독사’를 진지하게 준비하는 일본 작가의 책이 나왔다. <혼자가 좋지만 고독사는 걱정입니다>는 독신자인 문학 평론가 겸 작가 몬가 미오코가 혼자 맞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부제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존엄하게 떠나는 법’이다.원래 고독사는 가족을 잃은 일부 사회적 약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기준 1인 가구가 전체의 41%로 1000만 가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 없이 홀로 마지막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일본은 우리보다 좀 더 일찍 고령화를 맞아 홀로 남은 노인의 죽음을 지원하는 행정제도와 서비스가 성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음을 맞는 과정과 사후 처리 등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일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보며 덜컥 겁이 난 저자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죽음이 무엇인지부터 어떻게 죽어야 할지, 어떤 장례식을 치러야 하며 재산과 유품은 어떻게 처분할지 등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태도로 써 내려간다.저자는 하나하나 해법을 찾아 나간다. 홀로 맞을 자신의 죽음을 주변에 알릴 방법으로 신문 배달부터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다양한 방법을 찾아본다.또 저자는 자신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때 연명치료 등 생사가 걸린 판단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고민한다. 혹시 자신이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를 대비해 어머니가 몸담을 요양보호시설을 둘러보기도 한다. 죽음 전후를 도와줄 국가의 행정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장례식은 어떤 형태로 치르는 게 좋을지, 시신은 어떻게 처리하고 어디에 묻히면 좋을지, 유품과 재산을 누구 앞으로 남겨둘지 등을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때로는 유쾌하게 살핀다.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지중해에 사는 홍해파리는 영원히 늙지 않고 안 죽는 영생의 삶을 산다. 홍해파리는 난자와 정자를 분출한 뒤 다시 퇴화해 어린아이 상태로 돌아간다. 세포가 다시 젊어지고 외형도 바뀐다. 이들을 먹어 치우는 천적이 없었다면 오늘날 바다는 미끌미끌한 해파리로 가득 찼을지도 모른다.평균 수심 4000m, 지구 표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광대하고 혹독한 바닷속에는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르는 신비한 생물이 아직 많다. 독일 출신 해양 생물학자 율리아 슈네처는 신간 <상어가 빛날 때>에서 바닷속에 사는 경이로운 생물에 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심해의 상어에 관해 읽어 내려가면서 두렵게만 느꼈던 상어가 얼마나 오해를 받아왔는지 알 수 있다.동물이나 식물이 빛을 발하는 능력을 생체 형광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중 180종 이상이 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빛이 거의 침투하기 힘든 심해의 물고기들이 형광을 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에 따르면 형광은 바다에서 의사소통, 사냥, 위장 등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저자는 생체 형광 연구가 생명공학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전한다.돌고래가 휘파람과 같은 소리를 통해 언어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돌고래는 ‘서명 휘파람’으로 불리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린 돌고래는 생후 첫 달에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짓는다. 서명 휘파람을 한번 만들면 평생 간직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개하거나 말을 걸 때 사용한다.북태평양 한가운데 봄부터 여름까지 반년 동안 백상아리가 모이는 지역이 있다. ‘화이트 샤크 카페’라고 불리는 이곳은 위성으로 볼 땐 사막과 같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수심 100m 지점으로 내려가 살펴보니 엽록소와 플랑크톤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저자는 이 밖에 해저 화산 속에서 사는 물고기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다양한 해양 곤충까지 마치 외계 생명체를 만난 것 같은 신비로운 해양 생물의 세계를 전한다.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