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인플레 합성어' 대응법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한국은행 물가관리목표인 2%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가격 상승 품목에 식료품이 많아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다. 음식을 뜻하는 ‘푸드’와 ‘인플레이션’을 합성해 ‘푸드플레이션’으로 불리곤 한다.

그중에서도 우유는 14.3% 올라 ‘밀크플레이션’으로 불리고 ‘슈가플레이션’이라 할 정도로 국제 원당(原糖) 가격 역시 급등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7.3%로 ‘애그플레이션’으로 지칭되는데, 농산물은 13.5% 상승에 이르며 신선과일은 26.2%까지 치솟았다.

이런 식료품 가격 상승은 외식비 증가로 이어져 점심을 뜻하는 ‘런치’를 합성한 ‘런치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물가 상승으로 개별 품목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강화되면서 가격을 못 올린 식품업체들은 가격 대신 용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인상을 꾀해,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와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슈링크플레이션’도 등장했다.

각종 인플레이션 합성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국민의 주머니는 비었는데 물가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는 결국 소비 능력의 훼손을 의미한다. 최근 일부 수출 개선에도 소비 회복은 나타나지 않아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황 역시 고물가와 관련이 있다. 물가 상승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제에서 경기 회복의 출발은 물가 안정이다. 물가 안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제에서 섣불리 경기 부양에 나서면 자칫 물가만 자극해 오히려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가를 안정시킬 것인가? 물가 상승의 근본 요인은 충분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려나간 탓이다. 따라서 현재처럼 목표를 훨씬 웃도는 물가 상승률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면 점진적인 소폭 인상이라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처럼 계속 금리 동결만 지속하면 금리 상승이 없다는 기대를 만들어 미래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을 형성하면서 이것이 실제 현실에도 이어진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시장 구조 또는 정부의 인허가 등으로 시장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이나 업종이 과도한 독점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격 인상을 제어하는 작업이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되던 2022년 포크 브라우닝 등 보스턴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이 발표한 ‘집중화된 경제에서의 비용-가격 관계’ 연구에서는 지난 20년간 미국 경제가 50% 이상 집중화됐고, 그 결과 비용 충격을 가격에 전가하는 일종의 독점력 효과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이 최근 공급망 교란 및 노동시장 과열과 함께 비용·임금의 증가분이 가격 인상에 전가되면서 과잉 유동성 외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다고 분석한다.

해당 연구는 미국 대상이지만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다만 여기에 유의할 측면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가격이 많이 오른 식료품 관련 업체들이 강력한 독점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식료품은 유동성이 광범위하게 풀린 상태에서 개별 품목의 수급 사정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 가격은 상승했지만 농축산물을 포함한 식료품 가격에 대해 독점의 폐해 해소 차원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타당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물가 안정 차원에서 타당성을 지니며 중요한 것은 독점력 문제에 기반한 공정 거래 관리 필요성이 있는 업종에 대한 접근이다. 특히 통신과 같이 인허가 라이선스에 기반한 산업 및 업종을 포함해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인 시장지배 위치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경쟁 촉진 차원에서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이런 품목에서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플레 합성어는 주로 식료품의 가격 상승과 함께 나타났지만, 식료품 가격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축소와 함께 오히려 다른 독점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노력이 전반적인 물가 관리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