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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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이전에 TV나 컴퓨터 게임 같은 디지털 영상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대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교육대 리후이 교수팀은 20일 국제학술지 '조기 교육과 발달'에서 신경 영상 기술로 디지털 경험이 12세 미만 어린이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 33건을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교육자와 부모는 디지털 경험이 어린이 두뇌 발달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알고 적절한 지도와 중재, 지원을 해야 한다며 정책입안자들은 어린이 디지털 웰빙을 위한 정책과 규정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0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경 영상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린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연구 33건을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는 6개월 이상, 12세 미만 어린이 3만여명이다. 시각 발달은 대부분 8세 이전에 이뤄지고 언어 습득의 핵심 시기는 최대 12세까지로 알려져 있다.

연구 참가자들은 스크린 기반 미디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가상 시각 장치, 비디오 시청·편집, 인터넷·패드 사용 등이 뒤를 이었다.

분석 결과 스크린 사용 시간이 작업기억이나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등의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뇌 전전두엽 피질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촉각, 압력, 열, 추위, 통증을 처리하는 두정엽, 기억, 청각, 언어에 중요한 측두엽,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후두엽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아·아동기 디지털 경험이 아이들의 두뇌 형태와 기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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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연구에서는 화면 시청 시간이 주의력, 실행 조절, 억제 조절, 인지 처리, 기능적 연결성 등에 필요한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화면 사용 시간이 길수록 언어·인지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의 기능적 연결성이 낮아져 인지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그러나 디지털 경험이 어린이 두뇌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한 연구에서는 디지털 경험이 뇌 전두엽에서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덧붙였다.

리 교수는 "교육자와 부모는 디지털 경험이 어린이 인지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화면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대립적인 방법이어서 더 혁신적이고 친근하며 실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입안자들은 디지털 시대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을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해 경험적 증거에 기반한 정책을 개발하고, 교사와 부모가 실천할 수 있게 적절한 지침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