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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궤도' 대명사 된 이 기업, 이스라엘·우크라 전쟁 수혜 볼까 [글로벌 종목탐구]
무한궤도 개발한 100년 역사의 회사
채광장비 점유율 70% 압도적 1위
이스라엘 전쟁에 불도저 내구성 주목
3분기 호실적에도 수주 잔고는 하락


종이 여러 장을 철심으로 묶는 문구인 스테이플러를 흔히 호치키스라고 부른다. 상품 제조사 이름이 상품의 대명사가 된 사례다. 전차, 불도저 등에 사용되는 무한궤도 역시 원래 이름보다는 제조사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바로 100년 역사의 건설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다.

캐터필러는 192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트랙터를 만들기 시작해 혀재 건설·광산 장비와 가스 엔진, 공업용 가스터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채굴장비 시장에서는 따라올 경쟁자가 없는 강자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전쟁의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무한궤도' 대명사 된 이 기업, 이스라엘·우크라 전쟁 수혜 볼까 [글로벌 종목탐구]

채굴 장비 시장 점유율 74%

캐터필러는 1925년 홀트트랙터 회사와 C.L.베스트 트랙터 회사가 합쳐져 설립됐다. 홀트트랙터회사는 무한궤도를 최초로 발명한 벤자민 홀트가 세웠다. 홀트는 진창에 빠진 트랙터를 움직이지 못하는 농부들을 보며 처음으로 무한궤도를 생각해냈다. 홀트의 무한궤도 기술은 C.L.베스트트랙터가 가진 가솔린·디젤 엔진 기술과 시너지를 냈다. 캐터필러는 두 차례 세계대전 때 군용 중장비를 지원했고, 전쟁이 끝나고는 전후 복구를 위한 건설 장비를 생산했다.
캐터필러사의 6060 유압광산 굴삭기. 599t 무게에 2248 ㎾(킬로와트)의 엔진출력을 낸다. 캐터필러
캐터필러사의 6060 유압광산 굴삭기. 599t 무게에 2248 ㎾(킬로와트)의 엔진출력을 낸다. 캐터필러
캐터필러는 탄탄한 기술력과 오랜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건설·채굴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캐터필러는 건설장비 시장에서 251억달러(약 32조5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시장 점유율 20.12%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 19.47%를 갖고 있는 일본 중장비 제조사 코마츠가 주요 경쟁자다. 농기계 제조기업 디어앤코(10.04%)와 스웨덴 기업인 볼보(7.96%) 등이 뒤를 잇는다.

채굴 장비 시장 점유율은 더 압도적이다. 캐터필러는 지난해 채굴장비 매출로 120억달러(약 12조5300억원)을 거뒀는데 전체 시장의 73.93% 수준이다. 미국 중장비 제조사 테렉스(11.95%), 독일 기업 리페르(7.95%)와는 차이가 크게 난다.

전쟁으로 이목 끈 '이스라엘 테디베어'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캐터필러사의 D9 불도저가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캐터필러사의 D9 불도저가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을 시작하자 온라인 군사커뮤니티에서 의외의 장비가 주목받았다. 바로 캐터필러의 궤도형 트랙터 D9이다. 8.1m 길이에 높이가 4m인 D9은 지뢰와 장애물을 제거하고 보병을 보호하는 중장비로 사용된다. 언론들은 이스라엘 군이 시가전에 들어갈 경우 D9의 역할이 막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56년부터 D9을 사용해온 이스라엘방위군(IDF)은 D9에 '두비'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테디베어라는 뜻이다. IDF가 캐터필러사 장비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캐터필러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지난해 2월 전쟁이 발발하자 캐터필러는 다음달 10일 러시아 생산공장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대 교수는 캐터필러가 전체 매출의 약 8%인 40억달러를 러시아에서 거뒀다고 추산했다.
'무한궤도' 대명사 된 이 기업, 이스라엘·우크라 전쟁 수혜 볼까 [글로벌 종목탐구]
'무한궤도' 대명사 된 이 기업, 이스라엘·우크라 전쟁 수혜 볼까 [글로벌 종목탐구]
나쁜 소식에도 주가는 올랐다. 발표 전날 209.78달러였던 캐터필러 주가는 2주만에 222.17달러로 5.9%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이 본격화할 경우 캐터필러 중장비가 대거 동원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러한 심리가 다소 일찍 주가에 선반영되기는 했지만 언제든 종전이 임박하면 캐터필러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전세계적인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도 주가 상승에 반영됐다. 스티븐 볼크만 제프리 애널리스트는 "동유럽에서 발생한 혼란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라며 "광업과 석유 및 가스 부문에서 모두 공급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터필러는 지난 1일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은 168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5.52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월가 전망치인 4.75달러를 웃돌았다.

호실적에도 이날 주가는 6% 이상 내렸다. 3분기 수주잔고가 전년 동기대비 19억달러, 전 분기보다 26억달러 감소한 여파다. 수주잔고는 전세계 건설장비 수요가 줄어드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달 들어 캐터필러 주가는 7.5%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29명 중 12명(41.8%)이 매수, 13명이 보류를 추천했고 4명은 매도를 권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