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한 소년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 위에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한 소년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 위에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으로 황폐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운영하는 최소 154개 대피소에 피란민 80만여명이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OHCA는 유엔이 피란민에게 충분한 식량과 물을 제공하고 의료 지원을 할 수 없다며 가자지구 내 230만명 대부분에게 원조가 필요한 상황이며 식량 관련 사회기반시설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신디 매케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가자지구에서 식량· 물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민간인들은 당장 굶어 죽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가자지구에 감염병이 확산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에 겨울이 오면서 질병 확산이 극도로 우려된다"며 사람들이 많은 대피소에서 설시, 호흡기 감염병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유엔기구 수장들은 유엔 총회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엔 회원국들에 도움을 호소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가자지구와 관련해 "아무리 생각해도 인도적 위기가 용납할 수 없고 계속될 수 없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NN은 가자지구의 병원과 진료소 대부분이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17일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중 26개가 문을 닫았다.
가자지구의 1차 진료 기관 72곳 가운데 52곳도 폐쇄됐다.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서는 지난 엿새 동안 환자 40명이 숨졌는데, 이들 중 3명은 미숙아다. 가자지구 남부 병원들도 연료 부족에 따른 발전기 가동 중단으로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 PA 보건부는 "의사들이 이스라엘 폭격에 다친 사람들과 제왕절개수술이 필요한 여성들을 마취하지 않은 채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