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궂은 날씨에 일부 지역은 분위기 '한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6일 저녁 전국 도심에서는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난 수험생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다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일부 지역은 예상보다 '한산'했지만, 수능이라는 스트레스를 벗어던진 수험생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7시께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홀가분한 표정의 수험생과 학생들로 북적였다.

[수능] 수능 마친 수험생들 도심서 '자유' 만끽
빗속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친구와 함께 걸어가고 있던 김제민(21) 씨는 수험표 4장을 꺼내 들면서 후련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이 네 번째 수능이었는데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면서 "21년밖에 안 살았지만, 인생에서 얼마든지 다른 기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군 복무 중 수능을 치렀다는 친구 신시온(21)씨도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복잡하고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것 같다"며 "오늘만큼은 노래방도 가고 볼링도 치고, 하고 싶었던 거 다 하면서 즐길 것"이라고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나들이를 나온 수험생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홀가분한 표정의 수험생 자녀들과 식사를 즐기거나 쇼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내, 수험생 아들, 딸과 함께 쇼핑하던 조현락(54)씨는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맘 편히 밥도 먹고 아들이 필요한 게 있다고 해서 기분 좋게 쇼핑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수능 마친 수험생들 도심서 '자유' 만끽
수험생인 조홍석(18)군은 "시험이 끝나서 너무 통쾌하고 좋다"면서 "가족끼리 이렇게 노는 게 행복이고 이날만을 기다렸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동구 충장로, 서구 상무지구 등 광주 주요 번화가도 수능을 마친 학생들로 활기를 띠었다.

수험생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카페와 식당이 밀집한 동구 동명동도 젊은이들로 북적였으며, 유명 맛집에는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줄이 길게 생기기도 했다.

수험생들은 광주 유스퀘어 광장, 첨단지구 등 쇼핑몰과 극장가도 찾아 스트레스를 풀었다.

지역 유통업계와 일부 업소는 수험생들을 위한 다양한 할인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린 부산 번화가 서면에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수험생으로 보이는 앳된 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친구와 놀러 나온 신소원(18)양은 "친구와 저녁도 먹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놀러 왔다"며 "시험이 끝났는데도 내일 학교에 가야 해서 조금 슬프지만, 수능 점수가 나올 때까지는 푹 쉬고 싶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식사하거나 노래방을 이용하면서 수능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이었다.

동래여고에 재학 중인 A(18)양은 "수능이 끝난 만큼 집에 가서 그동안 못 잔 잠도 몰아 자고 게임도 하고 싶다"며 "수능이 끝났다고 부모님께서도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수능] 수능 마친 수험생들 도심서 '자유' 만끽
경기 수원시 팔달구 번화가인 인계동 일대에는 비가 내린 탓인지 수능이 끝났음에도 인파가 평소보다 썩 많이 늘어나진 않은 모습이었다.

이따금 보이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은 유명 맛집 앞에 줄을 늘어섰고, 코인노래방과 피시방 등에는 수험생 스트레스를 풀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수험생 최진혁(19) 군은 "시험을 잘 본 건 아닌 데 가만히 있으면 걱정만 늘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다"며 "당분간은 스트레스를 풀고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궂은 날씨에 수능 날 밤을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낸 수험생들도 많았다.

박지연(19) 양은 "수능 며칠 전부터는 혹시나 탈이 날까 봐 가벼운 국과 밥 정도만 먹었는데, 이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을 것"이라며 "저녁으로는 치킨을 시켜 먹고 푹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남 최대 번화가인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는 비가 내리다 그쳐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대체로 분위기가 한산했다.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에도 외식하러 나온 수험생 가족은 눈에 띄질 않았고,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도 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 탓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궂은 날씨 때문인 듯 자영업자들 기대와 달리 '수능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능] 수능 마친 수험생들 도심서 '자유' 만끽
가게마다 손님이 없어 텅텅 비었고 호객 행위에 나선 직원들도 붙잡을 사람조차 없어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기도 했다.

이따금 수능을 본 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빈 점심 도시락을 손에 든 채 거리에 오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천 번화가인 로데오 거리 역시 오전부터 비가 내린 데다 해가 지자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평소 주말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수능만 끝나길 바라면서 정해 둔 '버킷리스트'(소망 목록)를 하나둘 할 생각에 들뜬 모습이었다.

수험생 최모(19)양은 "친구 중에는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용기가 안나 헤어스타일부터 먼저 바꾸고 싶다"며 "대학교에 가기 전 귀도 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모(19)군도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학생이 되면 방학 때 혼자서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보고 싶다"며 "여자친구도 사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손상원 손현규 황수빈 강수환 박성제 권준우 정종호 노승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