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년 총선 비례대표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할당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혁신위원회의 ‘3호 혁신안’ 의결을 거부했다. 절차상 지도부가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지도부가) 계속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가 안건을 내는 게 의미가 없지 않냐”며 혁신위 조기 해체 가능성을 내비쳤다.

혁신위는 16일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 청년 50% 공천 의무화 △청년전략지역구의 청년 후보자 공개경선 후 공천 △공개오디션 방식으로 청년 후보자 선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각종 위원회의 청년 참여 의무화 및 확대 등을 담은 3호 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최고위원회는 혁신안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는 혁신위의 치열한 논의와 발전적인 방안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공관위가 구성되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고 당헌·당규 개정 사안도 포함돼 있어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비례대표 확대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가다듬어 공관위에 넘길 것까지 오늘 이야기했다”며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예산안과 탄핵안 등이 정리되면 조속한 시일 내에 공관위를 발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고위에 혁신안을 보고한 오 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조기 해체설’에 대해 “계속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혁신위를 해체하는 것 말고 더 있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최고위에서는 혁신위가 제안한 청년전략지역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병민 최고위원이 “과거 우리 당이 ‘퓨처 메이커’라고 해서 사지로 청년을 내몬 경우가 있었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오 위원이 전했다.

이날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 연루자를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은 물론 ‘막말’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도 포함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