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효 파두 대표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파두
이지효 파두 대표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파두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했던 파두가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시끄럽다. 증시 입성 3개월만에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비난의 화살은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와 증권신고서를 확인한 금융감독원,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투자에 대한 책임은 개미들만 지게 됐다.

조단위 대어 꼽혔으나 '사기 상장' 논란…주주들 집단 소송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파두는 1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파두는 공모가 3만1500원에 상장 후 4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3분기 실적 발표 후 1만7710원까지 폭락했다.

앞서 파두는 지난 8월 7일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며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파두는 조 단위 기업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충격적인 3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사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파두는 올해 3분기 매출이 3억2081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7.6% 하락한 수치다. 시총 1조원대 기업이 상장한 지 3개월만에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보이자 상장 당시 매출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매출은 2분기(4∼6월) 5900만원, 3분기(7∼9월) 3억2000만원에 그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80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 상장 전 초기 투자자가 파두의 3분기 실적 공시 직전까지 지분을 매도해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펀드들은 이달 2∼8일 집중적으로 파두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파두가 장 마감 뒤 충격적인 실적을 공시하던 지난 8일에도 장내 매도는 이뤄졌다.

파두는 기업설명(IR)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입장문에서 "당사는 이익미실현 기업으로 관련 법규에 근거해 요구되는 검토 및 입증 절차를 통해 상장됐기 때문에 그 과정에 있어 어떤 부정적인 요소가 관여할 수 없는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분노한 주주들은 주관증권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선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파두 기업공개(IPO)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주주를 모집 중이다. 실제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파두 주주들은 소송에 참여했다는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파두, 사기 상장…금융당국·주관사 책임져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파두의 부실 상장 의혹이 커지면서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거래소와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금융 당국은 뒤늦게 파두의 상장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발행사 및 주관사를 통해 파두가 제시한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의 차이, 향후 전망 등을 파악 중에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기관 투자자들의 선행매매에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매출을 숨기면 금감원 차원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만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별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장 주관사로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며 금감원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전했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사전에 파두의 매출 감소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예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 입장에서 파두의 3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기술특례상장제도 자체가 실적보다는 성장성을 보고 상장하는 제도이다보니 도덕적 해이 부분이 이슈가 될 순 있어도 제도적으로 잘못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파두가 상장하기 전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뻥튀기 상장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파두는 사기 상장이다. 금융당국, 주관 증권사가 책임져라", "파두는 개미 등골만 빼 먹는 상장", "대기업 임원 연봉보다 못한 매출 올리는 회사 상장 폐지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 제2의 파두될까 긴장…"불공정거래 모니터링 강화해야"

여의도 증권사들의 모습./사진=한경DB
여의도 증권사들의 모습./사진=한경DB
파두 사태로 다른 증권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현 제도 하에서 앞으로 제2, 제3의 파두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파두 건에 대해 주관사의 실사가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며 "기업이 의도적으로 매출을 숨기면 주관사에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는 기존에 하던 실사 업무를 동일하게 하되 더 신경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업계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회의를 통해 기업의 추정 실적을 산정할 때 명확한 로직을 만들기로 했다"며 "매출 추정 자체를 보수적으로 해 추정 실적과 실제 매출이 큰 차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특례상장은 정체된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제도라며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으면 최소 재무 요건만으로 상장할 수 있는 제도로 파두도 이를 통해 상장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에 문턱을 낮춰준다는 취지지만 그만큼 부실 상장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기술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키고 이들의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가 보강된다면 특례상장 제도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