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기자회견…"공정성·신뢰도 확보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
"주요 불공정 방송 경위 규명해 백서 낼 것…제작비 낭비는 원천 차단"
박민 KBS 사장 "불공정 편파보도 사과…임원 임금 30% 삭감"(종합2보)
박민 KBS 사장이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전 사장 시절 불공정 편파 보도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신뢰를 잃었다고 사과했다.

박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사장은 KBS의 보도 네 건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런 대표 사례들 외에도 지난 몇 년 동안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TV와 라디오에서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언급한 불공정 보도의 대표 사례는 고(故) 장자연씨 사망과 관련해 2019년 윤지오씨를 출연시켜 허위 주장을 다룬 것, 2020년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과 기자 사이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보도, 2021년 재보궐 지방선거 직전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후보)의 '생태탕 의혹' 보도, 작년 대선 직전의 김만배씨 녹취록 보도 등이다.

이에 박 사장은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하지 않고, 팩트 체크를 활성화해 오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오보를 내면 사과할 것이며 정정보도는 원칙적으로 뉴스 첫머리에 보도하겠다"며 "불공정 논란이 일면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다.

박 사장은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보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주요 불공정 방송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했다.

박민 KBS 사장 "불공정 편파보도 사과…임원 임금 30% 삭감"(종합2보)
그는 KBS가 당면한 TV 수신료 분리 징수와 경영상 어려움을 언급하며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올해 8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과거 IMF나 금융 위기보다 더한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인 제작비 낭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제작진의 능력과 무관한 순번식 제작 관행을 없애고, 능력 있고 검증된 연출자들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와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임금의 30% 삭감하고,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 역삼각형의 비효율적 인력 구조를 개선할 것이며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기둥 뒤 직원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최근 메인 뉴스 앵커를 교체하는 등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편성에서 뺀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장이 직접 언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KBS의 보도나 일부 프로그램이 여러 지적을 받았고 그 결과 수신료 분리 징수 등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재점검해 역할과 책무를 제대로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점검해 적절한 대책을 협의해 취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그 이후에 진행된 과정에 대해선 (사장이) 잘 모르고 알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민 KBS 사장 "불공정 편파보도 사과…임원 임금 30% 삭감"(종합2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성명을 내 박 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기자회견 내내 억지스러운 불공정과 방만 경영 타령만 읊고, 앵커 교체와 프로그램 삭제 등 민감한 사안은 보도본부장에게 책임을 미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