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 우려 여전…"선진국 장시간 근로자 비율, 우리 절반에도 못 미쳐"
OECD보다 年149시간 더 일하는 韓노동자…"주52시간제 안착부터"
정부가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정책 방향은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주 52시간제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3월 '주 69시간제' 논란을 불러온 개편안보다 개선된 것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여전히 주요국 대비 긴 상황에서 일부 업종이라도 주 52시간을 넘는 장시간 근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천901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길다.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긴 회원국은 콜롬비아(2천405시간·2021년 기준), 멕시코(2천226시간·이하 2022년 기준), 코스타리카(2천149시간), 칠레(1천963시간) 등 중남미 4개국뿐이다.

OECD 국가 평균 1천752시간보다는 149시간이 길다.

우리나라는 장시간 근로자 비율도 주요국보다 높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3 노동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중 주업과 부업을 합친 주당 실근로시간이 48시간이 넘는 근로자의 비중은 2022년 기준 17.5%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장시간 근로자(주 49시간 이상) 비율이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3%다.

OECD보다 年149시간 더 일하는 韓노동자…"주52시간제 안착부터"
이러한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면 장시간 근로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국민 6천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세부 방안은 노사정 대화로 구체화할 예정인데, 설문에서는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월' 단위로 확대하되, 주 60시간 이내 상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모든 업종에서 최대 '연' 단위로 관리해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하게 한다는 지난 3월의 정부안보다는 유연화 폭을 줄인 것이긴 하지만, 현행 주 52시간제보다는 주간 근무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노동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의 이지현 대변인은 "정부 설문 결과에서도 주 52시간제는 현장에 잘 정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업종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바로잡아 전반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안착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애로사항이 있다고 (장시간 근로의) 길을 터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 설문조사에서 주 52시간제로 인한 애로사항이 '없다'고 답한 사업주는 85.5%에 달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희망하는 업종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높지 않아 총소득을 높이기 위해 더 일하겠다는 분들이 많은 것일 텐데, 그분들을 더 일하라고 등 떠미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인가"라고 물었다.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시간당 임금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권 교수는 "특례업종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노사 합의가 된 경우 '주 12시간 넘는 연장근로'가 가능해 장시간 근로에 무방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