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유공자 부상…법원 "가품 인식하고도 계약 체결"

대한적십자사(한적)가 헌혈 유공자들에게 부상으로 지급한 만년필이 가품인 것으로 드러나 이를 납품한 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적에 '짝퉁 만년필' 납품한 업체 대표 1년 6개월 징역형
12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형사6단독(부장판사 이우희)은 상표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업체 대표 B씨에게 징역 1년 6월, A 업체 법인엔 1천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A 업체는 경기 동두천시에서 기념품 등 제조 및 도소매업을 하는 법인이다.

이 업체는 2020년 3월 한적의 만년필 납품 계약 공개입찰에 참여해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해당 입찰은 2020년 3월부터 1년간 독일 유명 브랜드 만년필 2만5천 세트를 구매한다는 공고였으며 계약 금액은 4억원이다.

B씨는 해당 브랜드의 만년필을 구매해 한적에 납품할 경우 이득을 남길 수 없다고 판단해 중국산 만년필을 납품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국산 만년필은 해당 브랜드 정품 만년필보다 약 70% 저렴한 가격이다.

B씨는 한적에 진품인 만년필을 납품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중국에서 독일로부터 만년필을 수입했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다.

A 업체는 이 같은 방식으로 한적에 1년간 2만6천여 개의 만년필을 납품, 약 4억2천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브랜드 만년필은 독일에 있는 본사에서 디자인과 제품 개발, 최종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거나 OEM 생산을 하지 않았다.

가짜 만년필을 납품받은 한적은 2020년 5월부터 1년간 헌혈 횟수가 각각 50, 30회에 달하는 금장·은장 헌혈 유공 수상자들에게 부상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만년필이 고장 났는데 업체에서 수리가 안 된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적십자사가 독일에 있는 만년필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부상으로 제공한 만년필은 '가짜'임이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홈페이지에 사과 안내문을 띄우고 헌혈 유공자들에게 대체 부상을 지급하는 한편 납품 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필적이나마 이 사건 만년필이 가품임을 알고도 한적과 계약을 체결해 납품했다"며 "위조 만년필을 양도 또는 인도할 목적으로 수입해 해당 브랜드의 상표권도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규모와 피해액이 크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불리한 점"이라면서도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편취액 자체는 거액이나 피고인이 얻은 이익은 그에 못 미친다"며 양형 취지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