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용변칸 등에서 전달…법원 "범죄 피해금인 것 알았을 것"


지인·친구 등에게서 빌린 은행 계좌로 입금된 10억원 이상의 돈을 전국 여러 곳의 현금인출기에서 뽑아 범죄조직에 전달하는 등 불법에 가담한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아 사회로부터 격리됐다.

빌린 계좌 이용 10억원대 사기금 전달 역할 30대 실형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3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원주에 사는 A씨는 2021년 10월께 친구와 지인 등 3명에게 '계좌를 빌려주면 돈을 주겠다'며 넘겨받은 6개의 은행 계좌와 체크카드를 불법도박 사이트 조직원을 통해 불법적으로 활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출금해 지정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대가를 주겠다는 불법도박 사이트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A씨는 해당 계좌에 입금된 10억원 이상의 돈을 직접 전국 여러 곳의 현금인출기에서 뽑은 뒤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전 약속에 따라 화장실 용변 칸 위로 전달하는 등 이례적이고 수상한 방법으로 범죄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빌린 계좌 이용 10억원대 사기금 전달 역할 30대 실형
해당 계좌에 입금된 돈은 일면 '주식리딩방'을 사칭한 사기 범행 등의 피해자들이 편취당한 피해금인 것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일을 시작하게 된 경위, 인출액 규모, 전달 방식 등에 비춰 자신이 인출하는 돈이 범죄의 피해금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하는 사기 범행에 비해 결코 그 정도가 약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