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탄생한 키메라 원숭이.  /셀 프레스 제공
중국에서 탄생한 키메라 원숭이. /셀 프레스 제공
중국 연구진이 초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키메라’ 원숭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키메라는 사자 머리에 독수리 손톱, 인간의 몸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가진 조직이 한 개체에 들어 있는 것을 말한다.

10일 과학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와 광저우 통합생물학연구소, 상하이 뇌과학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시노몰구스 원숭이를 이용한 키메라 제작 실험 결과를 세계 3대 학술지 ‘셀’ 9일자 표지논문으로 실었다. 배아줄기세포로 영장류 키메라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원숭이 배아줄기세포를 채취해 상실배(수정란이 발달한 것)에 넣은 뒤 이를 배양해 배반포로 제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배아줄기세포에는 녹색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어떤 세포로 발달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206개의 상실배에서 총 91개의 배반포를 얻었고, 이 중 유효한 74개의 배반포를 대리모 원숭이 40마리의 자궁에 주입했다. 대리모 가운데 12마리가 임신에 성공했다. 6마리는 유산됐고 6마리가 태어났다. 태어난 원숭이 가운데 일련번호 10번 원숭이가 키메라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뇌와 간, 심장, 고환 등 여러 장기와 조직에서 배아줄기세포의 형질과 함께 부계, 모계 쪽 형질이 동시에 나타났다. 9번 원숭이도 키메라 특성이 발견됐으나 이 원숭이는 90일째 유산됐다.

10번 원숭이의 피부·근육·간·눈·폐 등 26개 장기와 조직 DNA 검사 결과 21%에서 92%, 평균 67%가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90일 만에 유산된 9번 원숭이는 15~18%가 유래했다. 계속 생존했다면 DNA 일치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번 실험은 난치병에 걸린 인간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이종장기 생산용 영장류를 길러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배아줄기세포의 전능성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해 준 연구”라고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