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매도가 금지된 뒤에도 주요 2차전지 종목에서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공매도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측은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가 한 위험회피(헤지) 목적 공매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불법·편법 공매도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일 코스콤에 따르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에코프로비엠의 누적 공매도액은 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에코프로 382억원, LG에너지솔루션 144억원, POSCO홀딩스 138억원 등 2차전지주가 공매도 거래금액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SDI가 각각 129억원,12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시장 전체를 보면 공매도 금액은 나흘간 수천억원어치에 달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인 이번주 월~목요일(11월 6~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계약 체결액은 각각 1147억원, 2844억원이었다. 앞서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했던 지난주 같은 기간(10월 30일~11월 2일)에는 유가증권시장 2조2553억원, 코스닥시장 8147억원이었다. 공매도 금지 뒤 물량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는 않다는 게 개인 투자자들의 견해다.

한국거래소 측은 "공매도가 금지된 뒤 잡힌 통계는 파생 MM과 상장지수펀드(ETF) LP가 헤지 목적으로 한 공매도"라고 해명했다. 파생 MM은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해당 파생상품의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가 제시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한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ETF LP는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 대해 같은 역할을 한다.

"MM과 LP가 겉으로는 유동성 공급을 위한 호가 제시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를 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다른 목적으로 공매도를 할 가능성은 없냐"는 질문에 거래소 측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MM과 LP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파생상품과 ETF에 대한 매수 주문을 내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 종목에 대한 공매도 주문을 내도록 설정돼 있다"며 "매수 주문 없이는 공매도 주문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감독원이 2021년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 해당 증권사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이후 이 과태료에 대해 감경을 많이 받긴 했으나, 이 사례는 금융당국이 시장 상황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불법 공매도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