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흰 우유 대신 다양한 유제품 선택 지원해야"
전주시 "자체 예산 증가·수혜자 감소 이유로 시행 어려워"
학생들 좋아하는데…우유 바우처 신청 안 하는 전주시의 속사정
전북 전주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우유 바우처' 확대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제품선택 폭을 늘려 학생과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데도 사업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일선 학교 현장의 반발이 예상된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오는 10일까지 도내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우유 바우처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우유 바우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만 6∼18세 아동 및 청소년)이 무상으로 유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존 방식은 대상자에게 우유를 현물로 지급했지만, 우유 바우처는 매달 1만5천원이 든 전자카드를 줘 학생들이 하나로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유제품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국산 원유 50% 이상을 사용한 유제품은 모두 살 수 있기 때문에 우유뿐만이 아니라 멸균·가공유, 발효유, 치즈류 등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학교에서 '흰 우유'만 받았던 학생들 입장에선 꽤 매력적인 제도여서 학부모와 영양교사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우유 바우처를 도입한 지자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90% 이상이 이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한 바 있다.

전북도는 올해 도내 8개 시·군이 우유 바우처를 시행 중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지자체가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유 바우처를 신청한 한 지자체는 "일단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학생들이 먹지 않아서 버려지는 흰 우유도 많은데 차라리 선호하는 유제품을 먹도록 지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좋아하는데…우유 바우처 신청 안 하는 전주시의 속사정
반면 도내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전주시는 이번에도 신청서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유 바우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방식보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수혜자도 적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급식은 전체 예산의 60%를 농림부가, 10%를 전북도가, 나머지 30%를 전주시가 내는 방식인데, 우유 바우처는 도비 30%, 시·군비 70%로 예산이 짜였기 때문에 지자체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현재 방식대로면 한해 약 9억원을 부담하면 되는데 우유 바우처를 도입하면 이보다 배 가까운 17억8천만원을 써야 한다며 신청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우유 바우처 수혜자에 다자녀 가정은 포함되지만, 다문화 가정 등은 제외돼 현재 1만5천명 중에서 약 4천명의 학생이 지원받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자체 교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산 부담을 늘리는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우유를 받던 학생들에게 갑자기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역 영양교사들은 연간 2조원을 웃도는 예산을 운용하는 전주시가 고작 9억원가량의 추가 부담을 회피하고, 기존 우유 납품업체 눈치를 보느라 학생 권리를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전북영양교사회 관계자는 "우유 바우처 도입을 원하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성장하는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유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특정 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를 없애고 버려지는 우유로 인한 환경 오염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