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초대형 구(球) 모양 공연장인 ‘스피어’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로 지구를 형상화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초대형 구(球) 모양 공연장인 ‘스피어’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로 지구를 형상화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엔터테인먼트사인 더스피어가 경기 하남시에 ‘스피어 하남’ 건설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8월이었다. 9월엔 양측이 이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지만, 사업 현실화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더스피어가 착공 시점을 2025년으로 요구한 게 걸림돌로 지목됐다. 타당성 평가를 비롯한 준비단계, 그린벨트 해제, 도시개발구역 지정, 실시계획 승인 등에 42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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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로 하면서 스피어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게 됐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인허가 등 행정절차 기간을 21개월로 줄이면 2025년 내 착공이 가능하다”며 “범정부적인 지원으로 막힌 기업 투자의 혈을 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사업을 선순위 검토 대상으로 선정해 통상 10개월가량 걸리는 타당성 평가 기간을 4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12개월 걸리는 그린벨트 해제 기간을 8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10개월씩 걸리는 도시개발구역 지정 절차와 실시계획 승인을 각 3개월, 6개월로 줄일 방침이다.

스피어 하남은 23억달러가 투입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규모로 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문을 연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는 높이 112m, 폭 157m 크기다. 1만7500석을 둘러싼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에 다양한 콘텐츠가 구현돼 가상 세계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선 아일랜드 록그룹 U2와 같은 세계적 스타들의 공연과 스포츠 경기가 열린다. 49달러를 내면 내부 관람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2억6800만 개 픽셀로 덮인 건물 외벽에선 화려한 영상이 재생된다. 멀리서 바라보면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지구본’이나 ‘보름달’, ‘농구공’이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스피어가 관광객들이 ‘필수 인증샷’을 남기는 라스베이거스 명물로 떠오른 이유다.

하남시는 미사섬 일대 90만㎡ 부지에 3조5000억원을 들여 대규모 공연장을 포함한 복합 문화거점을 조성하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더스피어는 이 가운데 한류전용공연장 부지에 스피어를 지어 아시아 문화공연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하남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300만 명 이상의 방문객, 총 3만 개의 일자리 창출, 연 2조5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피어가 들어서면 방문객 연 1000만 명, 일자리 5만 개 이상 창출 등 경제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하남시 설명이다.

더스피어는 미국 매디슨스퀘어가든과 프로농구 구단 뉴욕 닉스 등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라스베이거스 외에도 대륙마다 스피어를 하나씩 만들어 세계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런던 동부 스트래퍼드역 인근 부지에 스피어 2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동은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스피어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박상용/김대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