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대려면 인도 지나는 구조…"사고 나면 어쩌려고" 안전불감증 여전
점용 허가 기간 끝났는데 구청은 몰라…"공무원 부족해서" 해명
인도 위 '씽씽'…아찔한 주차장 손 놓고 바라만 보는 구청
"저기 봐봐요.

사람 다니는 인도인데 차가 계속 들어온다니깐요.

"
전북지역 최대 번화가인 전주 신시가지 한복판에는 꽤 특이한 구조의 주차장이 있다.

건물 주위를 빙 둘러 20면 가까운 주차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곳에 차를 대려면 반드시 인도를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시민은 차가 들어올 때마다 황급히 길가로 급하게 피하기 일쑤다.

식당가 등 상업시설이 밀집해 유동 인구가 워낙 많은 곳이어서 이런 장면은 흔히 눈에 띈다.

인도를 지난 차들이 주차할 때마다 보행자 발걸음은 더 바빠진다.

후진 주차를 하기 위해 인도까지 범퍼를 내민 차를 피하려는 눈치 싸움과 종종걸음이 거리 곳곳에서 목격된다.

보행자들은 당장 불만이다.

이모(27)씨는 "여기가 도로인지, 인도인지 모르겠다"며 "사고 나면 어쩌려고 이런 주차장을 내버려 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인도 위 '씽씽'…아찔한 주차장 손 놓고 바라만 보는 구청
왜 이런 위험한 시설이 번화가 한 복판에 있을까.

인도를 관할하는 완산구청에 알아보니, 이 주차장은 소유주의 착오와 안이한 행정의 산물이었다.

주차장과 맞닿은 가설 건축물은 한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데 2011년 한 종합건설회사가 아파트 모델하우스로 사용했고 2017년 다른 건설사가 같은 용도로 빌려 썼다.

당시 완산구는 모델하우스 내부 주차장 차량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인도 턱을 낮추는 인허가를 내줬다.

인도를 점용하는 기간은 2022년까지이며, 소유주가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턱을 높여 원상복구하고 구청은 준공검사를 하는 부대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기간 만료 이후 건축물 소유주와 구청 모두 이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소유주는 인허가 기간이 끝나고 건축물 내부 주차장을 폐쇄했지만, 운전자들은 낮은 인도 턱을 넘나들며 계속해서 차를 건물 주변에 댔다.

인근 유료 주차장 요금은 시간당 3천∼5천원인데 반해 인도를 경유하는 이 주차장은 무료여서 수시로 차량이 오갔다.

인도 위 '씽씽'…아찔한 주차장 손 놓고 바라만 보는 구청
시민들이 차를 피해 아슬아슬한 보행을 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지만, 완산구는 인허가 기간이 끝나는지조차 몰랐다.

되레 소유주가 알아서 원상복구를 했으면 될 일이라며 행정적 책임까지 떠넘겼다.

완산구 관계자는 "인허가 사항에 부대조건으로 들어갔던 내용이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상황을 몰랐다"며 "이 취재에 응하면서 (인허가 기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잘됐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사실을 소유주에게 계고하고 인도를 원상복구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열 달 넘게 주차장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청에서 확인했어야 할 사안은 맞다"라면서도 "도로나 인도 점용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구청에 몇 명 없어서 그걸 일일이 다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인도 위 '씽씽'…아찔한 주차장 손 놓고 바라만 보는 구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