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률 아직 27% 그쳐…퇴직금 대신 연금으로 '일원화' 여론
"퇴직금제 점진적 폐지하고, 퇴직연금에 세제 지원 강화해야"
퇴직연금, 노후 안전판 될 수 있을까…"의무화·연금화 필요"
국민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노후 소득 보장의 대안으로 퇴직연금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이원화된 퇴직급여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하고, 연금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8일 한국퇴직연금개발원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2만5천 곳이다.

도입 대상 사업장 중 도입률은 27.1%다.

가입 대상 근로자 중에서는 53.3%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과 달리,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운영해 근로자 퇴직 후 지급한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사용자가 퇴직연금과 기존 퇴직금 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을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아직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기업의 경우 노사 합의 등에 따라 대부분 퇴직연금을 도입했으나, 중소 사업장들은 아직 도입률이 미미한 상황이다.

퇴직연금, 노후 안전판 될 수 있을까…"의무화·연금화 필요"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에도 기존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기준 55세 이상으로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계좌 47만7천468개 중 92.9%가 일시금을 택했고, 연금 수령은 7.1%에 그쳤다.

수급 개시 시점의 적립금 규모가 연금으로 수령할 실익이 없을 만큼 작아, 일시금 선택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개발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일시금 선택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2천459만원으로, 연금으로 받는 계좌 평균 수령액 1억5천550만원의 15.8%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연금학회가 국민연금·퇴직연금 동시 가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들은 퇴직연금 적립금 유지 장애 요인으로 '적립금이 적어 유지를 통한 노후 소득 보장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49.9%)을 꼽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취지에 대한 공감대는 컸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퇴직연금 일원화에 찬성하는 비율(38%)도 반대보다 2배 높았다.

퇴직연금, 노후 안전판 될 수 있을까…"의무화·연금화 필요"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이 제대로 된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선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해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세제 혜택 확대 등으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날 퇴직연금개발원과 한국연금학회가 함께 연 퇴직연금포럼에서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박사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퇴직연금 필요성에 공감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퇴직금제 점진적 폐지', '연금화 제고를 위한 세제정책' 등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퇴직했거나 퇴직 시점에 가까울수록 퇴직급여제도 단일화나 적립금 유지 필요성 등에 대한 희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젊은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발제자인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접근', '담보대출 제도 확대를 수반한 중도 인출 및 해지 제한'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