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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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년간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액이 일평균 최대 9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매도가 허용되는 기간에 순매수 우위 흐름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최근 기업 실적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로 외국인 자금마저 빠지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10년 이후 공매도 금지됐을 때 한국 증시에서 일평균 수백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공매도 금지 기간(2011년 8월 10일~11월 9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일평균 2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하루 평균 16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2020년 3월 13일~2021년 4월 30일)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하루 평균 863억원어치, 43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허용(2021년 5월 1일~2023년 11월 3일)된 기간는 각각 일평균 300억원, 67억원어치를 던졌다.

반면 외국인은 최근 10년 동안 공매도 금지가 아니었던 기간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더 많이 했다. 2010년 이후 공매도가 허용된 기간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일평균 170억원어치를 담았고, 코스닥시장에서도 2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공매도 금지 때 순매도가 강해지는 흐름이 명확한 것이다.

한편 유럽 재정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때는 공매도 금지 초기에 쇼트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장내 매수)으로 인한 증시 급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매도 금지 때는 첫날(6일)에 코스피지수가 5.66% 올라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임원은 "과거 공매도가 금지됐을 때는 이미 외부 요인으로 외국인이 많이 이탈한 뒤였기 때문에 공매도를 갑자기 청산해야 할 필요성이 낮았다"며 "이번에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고, 이에 따라 급하게 청산을 하느라 증시가 급등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탈을 많이 하지 않은 상태라는 건 앞으로 빠져나갈 게 많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