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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바이오 섹터 투자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고금리 부담 속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약 기업은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3일 유한양행 주가는 0.17% 내린 5만9400원에 마감했다. 10월 초 7만9000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증발한 시가총액만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오스코텍과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중소·중견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두 회사는 1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33.9%, 35.5% 하락했다.

바이오주 급락은 유한양행의 임상 결과 발표가 촉발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0~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를 앞두고 9월부터 슬금슬금 올랐다. 폐암치료제 렉라자와 미국 얀센의 신약 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한 마리포사의 호전된 임상 결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된 연구 초록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많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임상 데이터 일부가 아쉽게 나와 주가가 하락했지만 신약의 상업적 가치는 바뀌지 않았다”며 “글로벌 판매 전략을 어떻게 꾸리는지가 기업 가치 회복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업체의 주가가 단기 급등락하는 현상은 최근 들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6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을 2980억원에 일본 제약사로 기술 이전했다고 발표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호재인데도 회사 주가는 발표 당일 17% 넘게 올랐다가 급락세로 돌아선 후 종국엔 13.27% 하락했다.

바이오 상장지수펀드(ETF)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상장한 바이오섹터 ETF인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는 9월 11일 고점(1만1375원)을 형성한 이후 약 두 달 사이에 26.81% 하락했다. 같은 달 상장한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도 이 기간 17.14% 하락했다. 업계에선 “바이오 ETF가 상장 후 상승세를 한 달밖에 이어가지 못했다”며 “테마 ETF는 상장 시점이 고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제약·바이오주가 힘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며 미래 성장성을 기대하는 업종보다는 현재 수익이 보장되는 방어주로 투자가 몰리면서다. 신약 개발은 임상 실패라는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는 데다 임상 결과가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수년의 시차가 있는 점도 바이오주의 매력을 반감하는 요인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고환율·고금리 상황이 내년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바이오기업은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