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베이지→검은색 옷으로 계속 변신…고속터미널서 마지막 포착
성범죄·뺑소니·사기 등 다수 전과…2011년 수감 2020년 출소, 배달업 등 종사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36)의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교정본부의 현장 관계자들이 1시간 가까이 지연 신고를 해 경찰의 수사 착수가 늦어진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씨는 현재 휴대전화도 신용카드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그가 도피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주 사흘째 김길수 행방 오리무중…범죄 전력도 속속 드러나(종합2보)
◇ "화장실 쓸게요" 도주한 김길수…신고는 1시간여 만에 이뤄져
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4일 오전 6시 20분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진료받던 중 자신을 감시하던 교정당국 관계자들에게 "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수갑 등 보호장비를 잠시 푼 김씨는 빈틈을 타 옷을 갈아입은 뒤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김씨가 달아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교정당국 관계자들은 건물 안팎을 훑는 등 자체적으로 김씨를 찾다가 오전 7시 20분께 112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이었다.

교정당국 관계자들이 김씨의 도주 사실을 인지한 정확한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김씨의 동선을 쫓았다.

그 결과 김씨는 한림대 성심병원 부근에서 오전 6시 53분 택시에 탑승했으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으로 가 오전 7시 47분 하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이를 파악한 시점은 오전 8시 50분께로, 김씨가 택시에서 내린 지 무려 1시간여가 지난 뒤였다.

일각에서는 교정당국 측의 신고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추적 시간을 크게 단축해 조기 검거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는 김길수 검거가 우선이고, 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도주 경위에 대해서는 차후 직원 진술을 바탕으로 상세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 의정부→양주→노원→뚝섬→고속터미널…김길수는 어디에
의정부역 인근에서 하차한 김씨는 지인인 여성 A씨의 도움을 받았다.

A씨는 김씨의 택시비를 대신 내주면서, 김씨에게 현금 1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어 양주시로 가 친동생 B씨를 만나 현금 수십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가 도주 과정에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이들 두 사람으로, 현재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없는 김씨의 수중에는 A씨와 B씨로부터 받은 현금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돈은 도합 100여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김씨는 미용실에 들르는 등 경기 북부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서울로 진입, 노원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오후 6시 30분 뚝섬유원지역으로 이동했다.

이후 김씨는 오후 9시 40분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목격된 후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검은색 계열의 상·하의를 입고 있고 도주했다가 베이지색 계열의 상·하의로 갈아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지막으로 포착됐을 당시에는 또다시 검은색 계통의 가을용 점퍼로 갈아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용실을 이용한 점으로 볼 때 용모도 초기와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경을 쓰거나 기타 장구류를 착용했을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길수가 고속버스터미널 외부에서 배회하는 CCTV 장면이 포착됐는데, 검은색 복장으로 환복한 상태였다"며 "그가 시외버스를 이용한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도주 사흘째 김길수 행방 오리무중…범죄 전력도 속속 드러나(종합2보)
◇ 도피 이어갈 여력되나…장기화 우려에 국민들은 불안
김씨는 지난 9월 11일 '은행보다 싸게 환전해주겠다'는 SNS 광고 글을 보고 찾아온 30대 남성에게 최루액을 발사한 뒤 7억4천여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려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 당시 김씨는 7억원이 넘는 돈을 모두 들고 갈 여력이 되지 않자 7천여만원만 챙겨 도주했는데, 이 돈은 현재까지 경찰에 회수되지 않았다.

돈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김씨가 당시 범죄수익금을 도피자금으로 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사건은 예기치 못하게 장기화할 수 있다.

반면 김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도피를 이어갈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최루액 강도' 사건으로 지난달 30일 붙잡힌 김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식사하다가 플라스틱으로 된 숟가락 손잡이 부분 5㎝가량을 삼켰다.

이로 인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병원에 간 김씨는 내시경 검사에도 해당 플라스틱 이물질을 빼내는 것을 거부했고, 이후 구속 송치됐다.

지난 2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김씨는 재차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아직 몸 안에서 이물질을 빼내지 않은 상태이다.

김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경찰과 추격전을 오랜 기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경찰이 김씨의 행방을 추적 중인 가운데 그의 과거 범죄 전력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김씨는 2011년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복역하다가 2020년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그 뒤로 특수강도죄를 저지를 때까지 3년여간 배달업 등에 종사했으며, 도박 등을 해 채무가 상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보다 앞서 2008년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과 무면허운전, 사문서위조와 사기 등의 혐의로 의정부지법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7년 7월 무면허 상태에서 타인 명의의 신분증을 제출해 빌린 렌터카를 끌고 접촉사고를 낸 뒤 그대로 달아나거나, 같은해 8월 온라인상에 자신을 채권추심 전문가로 광고해 의뢰인으로부터 착수금과 경비 등 명목으로 2천여만원을 받아낸 사실이 적발돼 기소됐다.

김씨의 강력범죄 전과가 상당한 데다 키 175㎝, 몸무게 83㎏의 건장한 체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김길수의 수배 전단을 지속적으로 최신화 조치하고, 이동 가능 지점에 대한 수색을 광범위하게 할 것"이라며 "김길수의 2차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신속한 검거에 총력 대응하겠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김씨에 대한 현상금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향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