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올해 '필수적 투자 대상' 기대와는 전혀 달라"
"위기는 기회…배터리·EV 주목" vs "성장 둔화…장기 상승 어려워"
실망으로 향하는 中시장 투자…"핌코·JP 모건, 긴 겨울 대비"
올해 초 중국 경제는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중국의 주식과 채권이 다시 한번 글로벌 투자자들의 필수적인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10개월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전혀 달라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은 이제 중국 시장의 긴 겨울에 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주식 시장은 올해 세계 최악의 실적을 보인 시장 중 하나가 됐고, 투자자들은 2015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돈을 빼내고 있다.

또한 부동산 위기가 경제 전반에 파장을 불러 팬데믹 이후 경제 재개방으로 인한 활력을 상쇄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지난 16년 사이 최저 수준에서 맴도는 실정이다.

중국 당국은 더는 모든 수를 쓰는 식의 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구제하려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엄격한 단속이 기업을 위축시키고 서방과의 갈등은 완화 조짐조차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비에 나선 투자자 중 일부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적인 투자 매력이 줄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사 T. 로 프라이스(T. Rowe Price)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중국 시장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고 투자자들도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 시장에 적용하는 원칙이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최고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라며 일부 고객의 포트폴리오상 중국 제외 요구와 같은 부정적 정서는 오히려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부동산 문제는 순환적이지 않은 구조적 문제로, 경제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고 이는 성장률이 지난 수십 년보다 낮아질 것임을 의미한다면서도, 투자자들로서는 경제 성장을 주식 수익률과 동일화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분야의 공급망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중국을 많은 다국적 기업의 제조 기지로 남겨둘 것이며, 특히 배터리 기술과 전기차(EV) 부문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지 에프스타토풀로스도 중국을 떠난 사람들은 수익이 상향 조정되기 시작하면 돌아올 것이라며 향후 수년의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때 저가형 제조 허브였으나 이제는 배터리와 전기차의 제조 허브"라며 "기회는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좀 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히는 전문가들도 많다.

JP모건의 글로벌리서치 책임자 조이스 장은 수년 전 중국이 주요 지수들에 편입되면서 지수 추종적인 패시브(passive) 투자를 유치했지만 이제 그 흐름의 절반이 빠져나갔고, 올해 중국이 5%의 성장 목표를 초과하겠지만 2020년대 말에는 성장이 약 3%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 투자에 대한 미국 당국의 정밀 조사와 함께 선진국들의 전반적인 산업정책 강화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븐 장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를 축소해왔다며, 미국이 향후 민감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일부 분야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피터 에셋 매니지먼트의 펀드 매니저 제이슨 피드콕은 짧은 상승세는 가능하겠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어지는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밖에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토마스 토는 중국에 대한 장기적인 비중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인 기회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토는 "중국은 더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 원동력이 아니다"라며 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심지어 말레이시아 같은 곳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