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제주 국제트레일러닝·피엘라벤 클래식 코리아 열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톡톡'…민간행사 행정지원 '낙제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가 걷고, 뛰고, 오르는 레저 스포츠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통통 지역경제] 걷고 뛰고 오르는 '레포츠 메카' 제주
지난달에만 두 개의 굵직한 트레일러닝·트레킹 대회가 열려 수천명의 외국인이 대회 참가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두 대회 모두 성황리에 끝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됐지만 행정적 지원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6∼8일엔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가시리마을회가 주관한 '2023 Trans Jeju(트랜스 제주) 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열렸다.

지난 2016년 첫 개최 뒤 올해 대회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다.

국내 유일의 UTMB(Ultra Trail du Mont Blanc) 월드시리즈로 열린 이번 대회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개최되는 UTMB 본대회의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전 세계 36개 UTMB 월드시리즈 대회 중 하나로 승격됐다.

이에 따라 올해 참가자가 지난해 1천900여명(외국인 200여명)에 비해 두배로 늘었다.

UTMB 본 대회인 월드시리즈 파이널은 트레일 러너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라 불리며 다른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로 대회참가 추첨 자격을 부여한다.

올해 제주 대회엔 43개국에서 외국인 1천600여명을 포함해 모두 3천300여명이 참가했다.

치유의 숲, 한라산 국립공원 영실 탐방로, 윗세오름, 둘레길, 백록담 등을 거치는 장거리 코스는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통통 지역경제] 걷고 뛰고 오르는 '레포츠 메카' 제주
여자부 50㎞ 대회에서 우승한 푸자오샹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달린 경험을 최고로 꼽으며 코스의 경관적 완성도를 극찬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제주 대회의 UTMB 가입으로 참가자가 크게 증가한 만큼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향후 UTMB 관계자 및 해외대회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대회의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 아시아 최고의 대회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제주스포츠대회 및 전지훈련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툴 개발(2023, 전대욱·김해솔)'에서 제시한 계산방식에 따르면 올해 Trans Jeju 국제트레일러닝대회는 119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도내 생산유발, 부가가치유발 및 수입유발, 고용유발 효과 등을 합한 것이다.

트랜스 제주 국제트레일러닝 대회에 이어 지난달 18∼21일엔 한라산과 오름, 올레길로 구성된 57㎞의 코스를 2박 3일간 누비며 캠핑을 즐기는 '2023 피엘라벤 클래식 코리아'가 열렸다.

[통통 지역경제] 걷고 뛰고 오르는 '레포츠 메카' 제주
스웨덴, 미국, 영국, 태국, 대만, 싱가포르 등 15개국 500여명의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3일 동안 약 57㎞를 걸으며 대한민국 최고봉 한라산의 장엄한 비경과 둘레길에 숨겨진 숲과 계곡, 오름, 해안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올해 기준 스웨덴과 미국, 덴마크, 영국, 독일 등지에서 개최되는 피엘라벤 클래식은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코스 중간중간 마련된 체크포인트에서 물과 식량을 공급받으며 수일간 자신의 장비로 캠핑하며 지정된 루트를 걷는 행사다.

2005년 '왕의 길'이라 불리는 트레킹 코스가 위치한 스웨덴 라플란드의 쿵스레덴에서 시작된 피엘라벤 클래식은 현재 스웨덴에만 매년 3천여명 이상의 전 세계 아웃도어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번 제주 대회도 티켓 오픈 8분만에 매진돼 웃돈까지 얹어져 거래가 이뤄질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 행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9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 대회까지 참가한 시우 콴 라우(홍콩)씨는 "한국의 가을 한라산은 다양한 나무들로 구성된 식생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치까지 세계적인 명소로 부족함이 없다"며 "내년, 내후년에 열리는 행사에도 꼭 참가할 계획이며, 더 많은 이들이 제주도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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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대회 만족도가 이처럼 높음에도 이번 대회를 준비한 관계자는 "2019년 첫 국제대회부터 코스 개발과 공공장소 이용허가 획득 등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제주도 밖의 민간업체가 제주도에서 대회를 개최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유지를 통과하는 트레킹 코스의 구성에 있어 토지주와의 협의가 무척 어려웠고, 출발지인 한라산 탐방안내소에서 간단한 행사를 여는 것조차 허가받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축소 운영했다"고 했다.

  이어 "민간이 주최하는 행사다 보니 사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행정당국의 색안경 낀 시선에 지역경제에 대한 나름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도움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스웨덴의 경우 20년 동안 같은 루트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구간은 전세계인이 즐겨찾는 트레킹 명소 중의 명소가 됐다"며 "이곳 제주의 경우 섭외와 허가에 대한 변수가 많아 매년 코스가 조금씩 변경돼 불안한 상태"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제주산 돼지고기 밀키트, 수제 맥주 등을 제주에서 공급받는 등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참가자 대다수는 대회 기간 3일을 포함해 최소 5일, 길게는 일주일 가량 제주에 머물며 휴식과 관광을 했다.

제주도가 국제 트레일러닝·트레킹 대회 최적지로 자리잡으려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역정서와 행정당국의 소극적 지원 태도 등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