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셧다운 위기오나…의회 역학관계가 변수
국채금리의 하락 물꼬를 튼 건 역시나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미 국채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입니다. 미 국채 투자자와 대출자도 웃을 수 있었지만 누구보다 미국 정부가 이익이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국채 이자 부담이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의 한 마디가 미국 정부의 빚을 탕감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뜨겁던 노동 시장이 냉각될 기미를 보이면서 긴축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주는 긴축 후반부에 세계 최대 '빚 합중국'이 살아가는 법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와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누구나 아는 미국 빚의 실체
파월 의장은 "국채금리가 오른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며 "양적긴축(QT)도 작지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QT로 인해 Fed가 사주는 미 국채 양이 줄었지만 핵심 요인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무직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인 파월 의장이 못다한 말은 파월의 옛 동료가 얘기했습니다. 2014년까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로 일한 리처드 피셔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국채금리가 오르는 건 미국의 재정정책 때문"이라고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Fed의 긴축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미국 정부의 확장재정이 그간 채권금리를 올리며 시장을 교란시킨 핵심 요인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인 1인당 빚으로 환산하면 10만달러입니다. 가구당 부채도 26만달러입니다. 가구별로 매달 1000달러씩 갹출하면 빚을 갚는데 21년이 걸립니다.
고령화가 만성적자의 핵심
지난해 미국 세수는 줄었습니다. 소득세나 법인세가 감소했고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세수 징수도 늦어졌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한 보조금도 세수 감소 요인이 됐습니다. 해당 보조금은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돼 그만큼 걷히는 세금이 줄게 됩니다.
국방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올해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우크라이나 600억달러, 이스라엘 140억달러 등 총 1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원조 및 안보 예산을 요청하면서 더 커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올해 33조달러를 넘었는데 앞으로 30년 안에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 미국 정부의 최대 지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초당파정책센터(BPC)의 켄트 콘래드 수석 연구원은 "재정 문제가 완전히 궤도를 이탈했다"며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했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 빚, 가장 심각한 문제"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한 행사에서 "미국의 재정 적자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과거 정권처럼 고통스러운 재정 지출 삭감 조치를 취하기 전에, 전방위적 세금 인상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미납된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지난 24일 한 행사에서 "재정지출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데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전지전능함을 가졌다고 느끼는 정서가 있다"면서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걱정했습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드러켄 밀러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오판이 재정적자를 키웠다고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밀러 회장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로 인해 금리가 거의 제로(0)에 가까워졌을 때 미 재무부는 더 이상 장기 국채를 발행하지 않음으로써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며 "옐런 장관이 정치적인 근시안으로 2년 만기 국채를 대규모 발행했는데 재무부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감당할 수준…좋은 빚도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5월 NYT 칼럼을 통해 "개인 부채와 정부부채는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생애주기 이론에 따라 개인은 노년기에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지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정부는 빚을 다 갚지 않고 국채 만기를 연장하면 되기 때문에 부채가 좀 늘어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이스 샤이너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세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고 지출이 갑자기 증가해 올해 재정적자가 증가했다"며 "올해 미국 성장률이 올라가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워렌 버핏 벅셔헤세웨이 회장도 "미국이 달러로 채권을 발행하는 한 빚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왔습니다.
증세와 감축 중 어디로 기우나
그 피해와 고통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분담합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미국 정부가 갚아야할 이자도 늘지만 연쇄적으로 글로벌 금리가 다 같이 오릅니다. 오히려 미국과 달리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다른 나라 국민들이 더 어렵습니다.
미국만 놓고 보자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빚을 내는 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강력한 미국 경제 덕에 미국 GDP가 늘면 부채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부채 규모를 줄이는 방법엔 사회약자를 위한 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증세가 현실적으로 더 나은 처방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두 가지 모두 실행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정치 상황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양분된 사회와 분열된 의회 탓이라는 겁니다.
솔로몬의 해법 나오나
의회는 또 17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합니다. 추수감사절 직전에 또다시 임시 예산안으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위기 때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으로 통과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주부터 셧다운을 막고 전쟁 중에 있는 이스라엘 돕는 것으로 두고 민주 공화당 간 기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임시예산안을 뛰어 넘어 양당이 의미 있는 지출 삭감이나 증세 법안 제정 계획에 합의할 수 있을까요.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