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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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채권을 회수해 채권단에 나눠주는 웰브릿지자산운용의 허술한 관리로 12억원이 ‘라임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측에 최근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이 가압류한 자산을 환수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자에게 빼앗긴 것이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법원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경영컨설팅업체 E사는 서울 청담동 H빌라에 투자했던 12억원을 지난해 7월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E사 대표는 김 회장의 사촌 형인 김모씨가 맡고 있다. 김씨는 최근 E사 등 메트로폴리탄과 관계된 복수의 법인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12억원은 라임사태 발생 직후인 2019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이 가압류한 자산이다.

라임 사태에 정통한 한 내부 관계자는 “E사는 회수한 돈을 필리핀으로 송금했다”며 “김 회장은 이 돈을 활용해 지난해 8월 이슬라리조트의 아바타 카지노를 재개장하는 데 사용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김 회장에게 전달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라임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김 회장은 서울 광장동의 한 호텔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라임펀드 중 하나인 라임 테티스 2호와 라임 플루토 FI-D 1호 등을 판매한 자금 약 537억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토지 매입에 실패하자 청담동 H빌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H빌라를 고급 빌라로 재개발하기로 하고 개발시행사에 자신의 측근을 대표로 세운 E사를 선정했다. E사는 29가구로 이뤄진 H빌라 한 가구를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금 12억원을 지급했다. E사와 계약한 H빌라 소유자는 마음을 바꿔 지난해 계약금을 돌려주고 다른 회사에 집을 팔았다.

김 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업계에선 라임운용의 부실 채권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메트로폴리탄 관계사가 H빌라 개발을 위해 투자했다는 사실은 라임 사태 발생 직후 삼일회계법인이 내놓은 보고서에 명확히 나온다. 투자금 회수에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라임 채권단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다시 김 회장 손에 들어간 것이다.

웰브릿지자산운용은 20개 라임펀드 판매사가 자본금 50억원을 공동 출자해 2020년 설립됐다. 라임운용의 환매 연기펀드를 이관받은 배드뱅크지만 지난 2년간 전체 피해액 약 1조7000억원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