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도 권모씨 장애인보건의료센터 이용수기 공모전 대상
'뇌수술만 3번' 오모씨도 대상…"다른 장애인에게 희망주고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처지이지만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 보고 싶어요.

"
강원도 태백시에 사는 권모(44) 씨는 17년 전 교통사고로 중증 사지마비 장애인이 됐다.

그는 학창 시절엔 태권도 선수였고, 군인 시절엔 M60기관총을 쏘는 '람보'였다.

누구보다 건장했지만, 한순간 장애를 얻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기만 해야 했다.

오랜 기간 권 씨를 돌보던 어머니마저 허리에 무리가 와 병상에 누웠다.

권 씨는 "그 일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며 "어머니께서 아프게 된 이유의 90%는 저 때문이라는 죄책감도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날을 계기로 권씨는 마음을 바꿨다.

강원특별자치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았고,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를 활용해 방문 진료도 받았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지역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모인 협의회에서 목소리도 냈고, 현재는 한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권 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고 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되고 10년이 넘게 방구석에서만 누워 쓸모없이 살다가 밖으로 나와 보니 그동안 몰랐던 제도도 많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며 "예전의 저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안에만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밖으로 나와서 용기를 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수기로 전한 권 씨는 2일 오후 열린 '2023년 장애인 건강보건 통합성과대회'에서 장애인보건의료센터 이용수기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함께 대상을 받은 오모 씨는 뇌종양을 앓다 33세에 세 번이나 뇌수술을 받은 중증 시각 1급 장애인이다.

오 씨는 "장애인 건강 주치의의 낯선 방문이 내 인생을 바꿨다"며 "만나는 장애인마다 이렇게 달라졌음을 알려서 다른 그들에게 삶에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이날 대회에서는 수기 시상식 외에 2024년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 운영 방향과 우수사례가 발표됐다.

건강보건관리사업 전달체계 협력 방안을 놓고 전문가 토론도 이어졌다.

이 사업은 보건의료 기반의 지역사회 연계 통합지원으로 장애인의 조기 사회 복귀를 돕는다.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보건소 등 체계를 통해 장애인에게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윤규 국립재활원 원장은 "장애인 건강보건 관련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함께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지마비 만학도 "도움 없이는 살지 못하지만 누군가 돕고 싶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