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당국이 1주일 지나도록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조차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가 적었다는 이유로 안이한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동 IFC몰 앞에 가로 0.5m, 세로 0.3m, 깊이 2.5m 크기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행인 한 명이 허벅지에 찰과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대형 인명피해로 번지진 않았다. 지역을 관할하는 영등포구는 당일 흙을 되메우는 방식으로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영등포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싱크홀이 일어난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지상에선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해 레이저를 쏘는 방법으로 사고 발생 지하 하수로관에 빈 곳이 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구는 싱크홀 발생 당시 드러난 사각 형태의 콘크리트 맨홀을 깨고 지하로 인력을 투입해 육안으로 지반 상태를 확인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두 가지 방식 모두 아직 실행되지 않은 계획 단계라는 점이다. GPR을 보유하지 않은 구는 장비를 대여해야 하지만 아직 업체조차 선정하지 않았다. 업체를 선택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에 대해 결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상황이 긴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육안 조사 작업도 일러야 다음주께 이뤄질 전망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사고 현장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셈이다.

구청 내 ‘칸막이 행정’도 신속한 일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지상 작업은 도로과에서, 지하 작업은 하수도를 담당하는 치수과에서 맡고 있다. 신속한 결정과 조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여의도의 실시간 인구는 최대 15만5000명을 기록했다. 지반 침하가 다른 곳에서 더 크게 일어났으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봤을 수 있다.

여의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망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다. 2019년 12월엔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근로자가 3m 깊이의 싱크홀로 추락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021년엔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다섯 차례 넘게 싱크홀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